[그림,마음을 읽다] <20> 종교 유무 떠나 너무나 사무치는 위로
인간의 힘으로는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련에 부딪칠 때 우리는 종종 종교를 떠올리게 된다. 때로 이 세상은 우리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선 강해져야 하며 높이 올라가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축적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며 선하게 살면 내세엔 행복이 약속되어 있다고 말해주니 말이다.
염세적인 이들이 종교란 인간의 나약함의 산물일 뿐이라 말하지만 나는 인간이 종교에 이끌리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 보고 싶다. 구원받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지극히 인간적인 마음 아닐까?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와 같은 성경 구절이나 ‘고통도 괴로움도 모두 환상일 뿐이니 보이는 것에 구애받지 말라’고 말하는 반야심경의 가르침은 종교 유무를 떠나 너무나 사무치는 위로인 것이다.
더 인간답고 선하고 의로운 삶을 추구하는 이에게 종교는 양심의 기준을 제시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춰주는 등대가 되어 준다. 어제도 힘든 하루였다. 그러니 오늘은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고요한 기도로 하루를 열어보는 것이 어떨까. <끝>
김선현(차병원ㆍ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대한트라우마협회와 세계미술치료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동양인 최초로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 예술치료 인턴과정을 수료했고 일본에서 임상미술사 자격을 취득한 뒤 국내에서 미술치료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세월호 사고 학생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연평도 포격 피해 주민 등 ‘국가적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목을 받았다.
김선현(차병원ㆍ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