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송전탑과 석탄화력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5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선로-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말 대통령 직속의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과제를 풀어내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고 있다. 기후위기와 맞서는 인간의 노력은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탈탄소 시대에 잘 적응해가는 과제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지자체의 재정 투자가 필수적이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줄줄이’ 발표
11일 기획재정부는 ‘공정 전환’을 언급하며 내년 중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광화문에서 한국판 뉴딜 자문단 그린뉴딜 분과 제5차 회의를 열어 “녹색 전환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 및 지역, 전환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취약 업종과 기업군 등을 세심하게 지원해 공정한 전환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10일
산업부가 내연기관차 부품 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았고, 7월께
고용노동부도 전환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 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석탄화력발전뿐 아니라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발생이 높은 산업계를 중심으로 지원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후위기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퇴출 1순위로 꼽혀온 석탄화력발전 노동자와 내연기관차 생산 노동자들은 산업 재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또 미래 자동차 산업에 종사할 관련 전공 학생들에게도 미래 비전을 선보여야 할 책임이 있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9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기후변화대응기금, 기후영향평가제, 기후예산제 도입 근거가 탄소중립이행기본법(가칭)에 담겨야 한다”며 “석탄화력발전 밀집 지역 등 탈탄소로 인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는 지역을 돕기 위한 지역별 지원센터 설치 근거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탄소중립법을 빨리 통과시켜 속도감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야당과의 합의 과정이 진통을 겪고 있다.
기업과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 대응도 중요하다고 꼽힌다.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는 10일 한국법제연구원과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2050 탄소중립’ 선언을 완료한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지역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법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법·조례·시행령 재개정 등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대학생 기후행동 서울지부 회원들이 지난 3월26일 오후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을 향해 에너지 소비 및 탄소 배출량 감축, 녹지 공간 확충 등 환경·기후정책 수립 및 이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전환 비용을 검토해왔던 충청남도는 8일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보령시·서천군·당진시·태안군과 한국중부·서부·동서발전과 정의로운 전환 기금 조성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지역과 기관은 올해 10억을 시작으로 5년 동안 100억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도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후 지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기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산업 구조 개편뿐 아니라 수송과 건물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과제가 있기 때문에 지자체 스스로의 대안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대한민국 시·도지사 협의회 회장)도 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 분과 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경희대 오형나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용역을 받아 수행한 ‘그린뉴딜 관련 산업의 공정한 전환 방안 마련’ 연구 결과를 지난달 초 발표했다. 연구 결과 5년 동안 약 13조 7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경상북도·전라남도·충청남도·경기도·인천시가 1조원 이상의 높은 비용을 치룰 것으로 연구됐다.
2019년 9월24일 오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폐쇄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충남도민들이 '노후석탄 조기폐쇄'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달 말 ‘2021 서울 P4G 녹색미래 정상회의’때 500만 달러 규모의 그린뉴딜 신탁기금을 신설하겠다고 세계에 약속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개발도상국에게 에너지전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공적개발원조 확대 차원이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의 양이원영 의원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기존 발전사업자나 지역,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에너지전환지원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탈탄소시대 대안 에너지라며 보수언론과 원자력학계 등이 띄우고 있는 원전을 조기 폐쇄할 경우 전력기금에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이 이달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관련기사▶
이상기후, 밥벌이도 위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