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조기 폐쇄를 의결한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 1호기(오른쪽). 연합뉴스
탈원전 정책에 따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손실을 정부가 보상해주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자력 발전 감축을 위해 발전사업이나 전원개발사업을 중단한 사업자에게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해 비용을 보전할 수 있게 하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정부가 지난 2017년 10월 확정한 ‘탈원전로드맵’에 따라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면서 입은 손실을 보상 받을 수 있게 됐다.
탈원전은 원전 사업자가 입게 될 손실을 적절히 보상해주지 않고는 매끄럽게 진행될 수 없다.
독일에서는 탈원전이 법률에 근거해 진행되고 있지만 비용 보전을 놓고 정부와 4개 원전 운영업체 사이에 소송까지 벌어져, 지난 3월 정부가 약 24억유로(약 3조3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탈원전에 따른 손실 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가 이번에 마련된 것은 크게 늦은 것이다. 정부는 2017년 국무회의에서 탈원전로드맵을 심의·의결하면서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관련해 사업자가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은 정부가 기금 등 여유재원을 활용하여 보전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수원 이사회는 2018년 6월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대진 원전과 천지원전 사업 중단 등을 의결했다. 하지만 그 뒤 정부가 밝힌 보상 원칙의 법제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탈원전에 따른 손실에 대한 보상 대책이 없다는 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한 한수원 이사들에게 감사원과 검찰이 배임 혐의를 두는 근거가 됐다. 가동을 계속하는 것이 회사에 이익일 수 있는 데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혐의는 국회와 정부가 손실 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면 피할 수도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대 국회 때 탈원전 비용 보전 법안들이 발의됐으나 논의가 늦어졌다. 또 발의된 법안 가운데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처리하지 말라는 법안까지 있어 이것을 무시하고 시행령을 개정하기도 어려웠다”며 “21대 국회로 넘어오면서 이 법안들이 모두 폐기돼, 이번에 시행령 개정으로 근거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사업을 중단해야 하거나 조기 퇴출될 석탄발전소에 대한 보상 방안은 이번에 개정된 시행령에 포함되지 않는다.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손실 보상 근거는 양이원영 의원 등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에너지전환지원법에 담겨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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