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찾아, 무기체계 개발을 보고받았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의 수도권 영공 침범에 맞서 육군 군단급 무인기 ‘송골매’ 2대가 군사분계선 북쪽 5㎞ 상공까지 넘어가 정찰 비행을 했다. 보수 언론들은 북한 무인기 침범 사실을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2~3배로 우리 드론을 북에 올려보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무인기를 내려보내면 무인기로 올려보내겠다는 대응에 일부는 ‘속 시원하다’고 하지만, 우려도 크다. 이런 식의 대응은 ‘글로벌 중추국가’란 윤석열 정부 국정목표와 어울리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국제 규범 준수를 강조하고 있는데, 휴전선 이북으로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건 ‘정전협정’ 위반이기 때문이다. 정전협정 관리 임무를 맡고 있는 유엔군사령부는 북한 무인기 사태 이후 남북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무인기를 북에 보낸 윤 대통령의 판단이 유엔사의 조사 대상에 오른 셈이다.
휴전선 이북으로 무인기를 보내 우리가 얻을 군사적 이익도 불투명하다. 현역 때 항공기 ·무인기 업무를 오래 다룬 예비역 공군 장성은 “북한은 정찰위성이나 고성능 정찰기가 없어 무인기를 침투시켰다”며 “우리는 북한 전역의 고해상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전술급 정찰무인기를 왜 북으로 보내느냐”고 되물었다.
한국군은 원거리 정찰자산, 고고도 유·무인 정찰기 등 대북 정찰수단을 중첩 운용하고 있다. ‘백두·금강정찰기’는 북한 신호정보는 백두산까지, 영상정보는 금강산 이북지역까지 탐지할 수 있다. 한국이 4대 운용중인 고고도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호크’는 지상 20㎞ 상공에서도 지상의 30㎝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미국 정찰위성은 북한 전역을 감시한다.
지난달 26일 북한에 침투한 무인정찰기 송골매는 운용 반경이 80㎞, 체공 시간이 6시간 가량이다. 송골매는 전시에 전투 상황과 적 이동표적 감시, 포병 사격 때 탄착 조정 및 피해 평가를 맡는다. 송골매의 성능과 임무를 감안하면, 평시에 정찰 목적으로 북한에 보낼 필요가 없다. 2014년 4월 북한 무인기 사태 때도 박근혜 정부가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지역에 추락할 경우 정전협정 위반 부담, 무인기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무인기 대책으로 감시·정찰과 전자전 등 다목적 임무를 수행하는 합동드론사령부를 조기에 창설하고 스텔스 무인기, 소형 드론 등을 올해 안에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국방부의 북한 무인기 대책 발표 때 이를 두고 “방공망이란 방패가 뚫려 문제인데, 공격할 창 이야기만 하느냐”란 질문이 나왔다. 군 당국은 이에 “방패 역할이 가장 먼저 강구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무인기는 방어적 성격의 장비로는 방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방부는 합동드론사령부가 간접 지원을 맡는 기능사령부인지 직접 전투를 수행하는 전투사령부인지 설명하지 못했다. 인구 감소로 병력과 전투부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본 성격 규정도 없이 일단 부대부터 만들겠다는 것이다. 군 내부에선 합동드론사령부의 공중 공간 관리 권한을 두고 공군과 육군이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첫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맨앞)와 비행하는 국산 스텔스 무인전투기 ‘가오리’ 3대 모습을 가상한 컴퓨터그래픽. 방위사업청 제공
윤 대통령이 ‘연내’라고 못박아 지시한 스텔스 무인기 개발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국방부는 국방과학연구소의 기술을 활용해 실제 올해 안에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1년 10월 방위사업청이 국산 스텔스 무인전투기 ‘가오리’의 영상을 공개할 당시, 군 당국은 스텔스 무인기의 개발 완료 시점을 2033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내 생산하려면 애초 개발 일정을 10년 당겨야 한다.
드론·대공 무기 확충뿐만 아니라 군 방공망 지휘체계 보완이 시급하다. 지난달 26일 경기북부를 관할하는 육군 1군단은 수도방위사령부에 북 무인기 정보를 전파하지 않았다. 수도권 대공포(20㎜벌컨, 30㎜ 비호) 등 저고도 방공무기는 육군이, 각종 대공미사일로 짜인 중고도와 고고도 방공 무기는 공군이 맡는다. 북한 무인기에 대응한 공군 전술통제기는 공군작전사령부가, 육군 공격헬기는 육군항공작전사령부가 통제한다. 통합 방공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8일 기자들에게 ‘알림’ 문자를 보내 “(지난달 26일 무인기를 최초 탐지한) 1군단과 수방사 사이에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하는 것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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