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투 사태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승겸 합참의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해 12월26일 수도권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에 제때 체계적으로 대응 못 한 군 지휘부 등에게 구두·서면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셀프 검열 끝에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군의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 검열 결과에 따라 상황 전파와 무인기 대응 작전 발령 지연, 격추 실패 등 책임을 물어 장성급과 영관급 총 10여명에게 구두·서면 경고를 결정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러한 징계안을 보고받고 결재했다.
강호필 1군단장(중장), 김규하 수도방위사령관(중장), 박하식 공군작전사령관(중장), 전동진 지상작전사령관(대장),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중장), 원천희 합참 정보부장(소장) 등이 서면 경고 대상이다.
북한 무인기 침범 당시 경기 북부를 지키는 1군단과 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가 무인기 항적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없어, 1군단이 처음 추적한 북한 무인기 항적 정보가 수방사로 넘어가지 않았다. 신속한 정보공유를 통한 육군과 공군의 체계적 방공 대응도 이뤄지지 않았다. 공군작전사령부는 북한 무인기가 당일 1군단 레이더에 포착된 지 약 1시간30분 뒤인 낮 12시쯤 무인기 침투 대비태세인 ‘두루미’를 늑장 발령했다. 합참 작전본부장과 정보부장은 군 작전·정보의 실무책임자이다.
김승겸 합참의장에 대해선 서면 경고보다 더 약한 구두 경고로 문책 수위가 결정됐다. 당시 북한 무인기 5대가 오전 10시19분부터 오후 3시20분까지 군 레이더에 포착됐으나 군은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무인기 1대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부근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까지 들어왔다. 합참은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 전반에 대한 전비검열을 벌여 상황 전파와 무인기 대응 작전, 훈련, 전력 운용 등에서 허점이 지목됐다고 지난달 26일 국회에 보고했다.
군 지휘부 문책이 경각심을 촉구하는 ‘경고’ 수준에 그친 것은 △북한 무인기 침투로 인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군 지휘부를 중징계할 경우 무인기를 보내 군 대비태세를 흔들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처분은 당사자들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봐주기 감찰에 이은 봐주기 징계로 안보를 다시 멍들게 해선 안 된다. 솜방망이 징계로 그친 이유가 뭔지 밝히고 징계를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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