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투 사태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승겸 합참의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해 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당시 총체적 부실 대응을 한 것으로 드러난 군 지휘부에 대한 징계가 결국 ‘셀프 면죄부’로 마무리되고 있다. 군은 장성급과 영관급 10명에 대해 구두·서면 경고로 징계를 끝내려 하고 있다. 수도권 상공은 물론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P-73)까지 뚫린 상황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게 된 사람은 한명도 없다.
15일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은 군의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 검열 결과에 따라 상황 전파와 무인기 대응 작전 발령 지연, 격추 실패 등 책임을 물어 장성급과 영관급 총 10여명에게 구두·서면 경고를 할 것이라고 한다. 군·작전 정보의 실무책임자인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중장)과 원천희 합참 정보부장을 비롯해 강호필 1군단장(중장), 김규하 수도방위사령관(중장), 박하식 공군작전사령관(중장) 등이 서면 경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 총괄 책임자인 김승겸 합참의장에 대해선 서면 경고보다 더 약한 구두 경고로 문책 수위가 결정됐다고 한다. 이 처분은 당사자들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고 그중 1대는 대통령 집무실 부근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까지 침투했다. 군은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당시 경기 북부를 지키는 1군단과 서울을 지키는 수방사가 무인기 항적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없어, 1군단이 처음 추적한 북한 무인기 항적 정보가 수방사로 넘어가지 않았다. 공군작전사령부는 무인기 침투 대비태세인 ‘두루미’를 늑장 발령했다. 합참은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실 주변 P-73을 침범했는데도 이를 적시에 포착하지 못한 채 “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거짓 공지를 했다. 총체적 부실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군은 북한 무인기 침투로 인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군 지휘부를 중징계할 경우 무인기를 보내 군 대비태세를 흔들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든다는 판단을 이유로 내세웠다. 대응 실패의 책임자가 제대로 책임지고, 다시는 이런 부실 대응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와 대응 태세를 정비해야 할 군의 어이없는 핑계다. 당시 ‘무인기 용산 통과 가능성’을 제기한 야당 정치인에 대해서는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매섭게 몰아붙이던 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