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여성복지회관에서 이 지역 당원들을 상대로 강연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고양/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세가지 선택 갈림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기자들에게 귀에 번쩍 띄는 얘기를 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다!” 경선 불참 시사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었다. 박 대표는 나중에 이 말의 뜻을 묻는 질문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내에선 최악의 상황이 가시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을 박 대표는 분명하게 거부했다. 이제 그의 앞에 세 갈래 길이 놓여 있는 듯하다. 그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국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경선불참 앞세워 당원에 호소
경선 불참현실화할까?=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일단 중재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무게가 실렸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당원들에게 (21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엉터리 규칙이 만들어진다면 경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지금은 당원들에게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경선 불참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강 대표 중재안의 전국위 상정이 확실해지고 통과 가능성이 뚜렷해지면, 박 전 대표는 질 것이 뻔한 경선 참여보다는 차라리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경선 불참’이란 카드를 빼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경선 불참을 한 뒤에도 캠프를 유지하며 대선 국면에서 상황 변화를 보리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경선 불참 즉시 캠프가 해체될 텐데 …”라고 이런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전국위 표대결…질 땐 퇴로 없어
부담스런 전국위 표대결=중재안을 놓고 21일의 전국위원회에서 이명박 전 시장 쪽과 사활을 건 표 대결을 벌이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겐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표 쪽은 “강 대표가 (중재안 상정을) 고집한다면 막을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이건 박 전 대표에겐 모험이다. 전국위에 중재안이 올라가는 순간, 그는 결과를 거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현재 전국위는 이 전 시장 쪽과 박 전 대표 쪽 세력이 팽팽하다는 평가가 많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최경환 의원은 “전국위까지 가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지만, 캠프 내부적으로는 표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세싸움 끝 막판타협 전망도
막판 타협 가능할까? =박 전 대표가 중재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거나, 별도의 수정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김재원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경선 불참 발언은 결코 협상용이 아니다”라면서도 “중재안 가운데 여론조사에서 67%의 하한선 반영비율을 적용하는 조항만 들어낸다면 적극적으로 중재안을 수용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달라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강재섭 대표가 “중재안은 최종안”이라며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막판 타협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열흘 남짓,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달려온 여덟 달보다 더 긴 고민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 [이명박] “강한 나라로” 공식출마 선언
▶ [박근혜] “차라리 1천표 드릴테니 합의한 룰대로 가자”
▶ [강재섭] “중재안 절충 없다”
▶ [한나라] 당 두쪽으로 쪼개지나? “아직까진…” “이러다 혹시”
▶ 한나라 중립성향 의원 절반만 ‘강대표 중재안’에 찬성
막판 타협 가능할까? =박 전 대표가 중재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거나, 별도의 수정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김재원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경선 불참 발언은 결코 협상용이 아니다”라면서도 “중재안 가운데 여론조사에서 67%의 하한선 반영비율을 적용하는 조항만 들어낸다면 적극적으로 중재안을 수용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달라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강재섭 대표가 “중재안은 최종안”이라며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막판 타협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열흘 남짓,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달려온 여덟 달보다 더 긴 고민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 [이명박] “강한 나라로” 공식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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