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나라당 내분을 둘러싼 당 안팎의 관심과 우려는 결국 “그럼 당이 쪼개지는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귀결된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당내 의원들 가운데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높아지는 분당 위기론=지금까지 ‘한나라당 분당 시나리오’의 핵심은 “지지율이 앞선 이명박 전 시장이 당심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뒤지면 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박 전 대표가 당을 깨고 나가는 것 아니냐”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경선 불참’ 시사가 이런 우려를 키웠다.

현재 당내 상황은 강재섭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이 공동으로 ‘중재안 수용’을 박 전 대표에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당 일각에서 “이제 그만 싸워라”, “대표가 중재안을 내놓았으니 인정해 주자”는 분위기가 강한 것도 박 전 대표에겐 불리한 지형이다.

이런 우려감은 특히 중도파·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 더하다. 남경필 의원은 “공은 박 전 대표에게 넘어갔다. 누군가 양보하지 않으면 이후 상황은 예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인 권영세 의원은 “최악의 상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분당으로 가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전국위원회 표 대결’이다. 그런 상황이 전개되면, 진 쪽은 ‘경선 불참’, ‘탈당’, ‘분당’ 등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할 것이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상황이 두 주자 본인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전여옥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강 대표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사면초가인 박 전 대표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인 ‘세 대결’로 가지 않겠느냐? 그러면 (양쪽 다) 온전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적 부담 너무 큰 선택=박 전 대표 캠프의 중추 격인 허태열·김무성 의원은 평소 “탈당은 없다. 만일 박 전 대표가 탈당하더라도, 따라 나갈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공언해 왔다. 실제로 박 전 대표 지지세가 높은 영남권 의원들의 경우, 이 지역에서 절대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 우산’을 벗어나 박근혜를 따라갈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총선이 바로 내년 4월이다.

반론도 있다. 이 전 시장이 대선 후보가 되면, 박 전 대표 쪽 의원들은 내년 공천 보장이 불투명해진다. 차라리 밖에 나가서 딴살림을 차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주류’를 자처하는 박 전 대표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전 시장이나 지금은 양쪽 모두 당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유승민 의원은 “우리가 왜 나가냐? 말도 안 된다”고 펄펄 뛰었다. 홍준표 의원은 누구라도 분당·탈당하면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래서 탈당은 ‘이론상 가능하나 실제론 어렵다’는 말이 한나라당에선 나돈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 진전도 불과 얼마 전까지 당내에선 “설마 그럴 리가…”라고 쉽게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 모두 때론 주변 의견을 무시한 채 ‘자기 판단’에 따라 결단을 내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손학규 전 지사가 탈당할 때도, 이를 예견한 이는 캠프 안에서도 거의 없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