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제17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이명박 ‘선언식’ 강행…경선 주도권 장악 꾀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대선 후보 경선 규칙을 둘러싼 갈등으로 한나라당이 혼란한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은 예정대로 10일 17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여론조사 1위 주자로서 분쟁 국면을 경선 국면으로 바꾸고, 국민을 상대로 한 ‘정책 행보’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뚜렷이 한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이대로 주저앉느냐 새롭게 도약하느냐는 앞으로 5년 내에 결정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창조적 리더십’, ‘일 잘하는 대통령’ 등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 747(7% 경제성장, 4만달러 국민소득, 세계 7대 강국) △한반도 대운하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 △교육개혁 △북한경제 3천달러 시대 △실용적 외교 등의 비전을 밝혔다. 이 전 시장은 이밖에도 △신혼부부 1주택 보장 △유아 보육료 국가 지원 △치매·중풍 국가책임제 △각종 기업규제 완화 △지역별 노사정 설립 등의 구상을 발표해 왔다.
이 전 시장은 앞으로 당내 싸움에서 비켜나, 이들 정책 비전을 알려나가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종로구 견지동 사무실을 오는 14일 여의도로 옮기고, 이달 안으로 캠프 조직을 마무리하는 등 본격적인 경선에 나설 계획이다.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9일 저녁까지도 이 전 시장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당 상황을 감안해 출마 선언을 재고하는 게 좋겠다”고 하는 등 ‘연기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외부 상황과 관계없이 자체 일정대로 가야 한다’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시장 쪽은 출마선언 날짜를 △4월23일 △4월 말 △5월 초 등으로 잡았으나, 그때마다 4·25 재보선과 당내 책임론, 당 쇄신안 논쟁 등 사정 때문에 미루다 10일로 확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내 시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한 당직자는 “오늘 같은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이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박 전 대표한테 ‘중재안을 받아들이든지, 당을 떠나라’고 양자택일을 압박하는 걸로 비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여 경선 규칙 중재안을 수정할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이 전 시장 쪽은 “중재안 수정은 절대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 전 시장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은 “중재안은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것이고, 우리도 불만이 많다. 우리가 또 양보하는 것이야말로 (박 전 대표 말대로) ‘걸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그동안 박 전 대표의 네거티브에 참을 만큼 참았다”거나, “꼭 경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애초부터 무리한 기대”라는 등 강경한 발언들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시장 쪽은 한편으론 ‘박근혜 동정론’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면서 여론 추이에 신경을 쓰고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이 전 시장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은 “중재안은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것이고, 우리도 불만이 많다. 우리가 또 양보하는 것이야말로 (박 전 대표 말대로) ‘걸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그동안 박 전 대표의 네거티브에 참을 만큼 참았다”거나, “꼭 경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애초부터 무리한 기대”라는 등 강경한 발언들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시장 쪽은 한편으론 ‘박근혜 동정론’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면서 여론 추이에 신경을 쓰고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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