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 절충 없다”…박근혜와 면담엔 “때 아니다” 선 그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최근 경선 규칙과 관련한 한나라당 내분 사태와 관련해 “선장은 풍랑이 불어도 배를 몰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선원들끼리 싸운다고 배를 세워놓고 싸움을 말릴 순 없다”고 말했다.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박근혜 전 대표의 거부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재안을 밀고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강 대표는 중재안 내용 중 여론조사 반영비율 하한선 보장에 대해 “그 부분은 절충 못한다”며 ‘수정 불가’ 입장을 강조했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를 만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 안팎에선 그동안 ‘친박근혜’로 여겨졌던 강 대표가 이번 기회에 ‘친이명박’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강 대표가 중재안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3일 이명박 전 시장 캠프의 좌장 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만났으면서도, 박 전 대표 캠프 쪽과는 접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해 “(그날) 최고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재오 최고위원과 정형근 최고위원의 회의 참석을 독려하려고 두 명 모두에게 연락했는데, 이 최고위원만 연결됐다”며 “중재안을 논의하는 만남이 아니었고, 당시엔 중재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강 대표는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풍랑과 싸워 나가는 강인한 선장’의 이미지를 심으려 애쓰고 있다. 강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다음주 중 사무총장 등 1단계 당직 인사를 실시하고, 그 다음주에 나머지 당직 인사를 마무리짓겠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당을 정비하면서 대표의 당 장악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만약 전국위원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지고, 부결돼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강 대표를 포함한 현 지도부의 전면 사퇴가 불가피하다. 강 대표는 “만일 그렇게 되면, ‘8월 경선’도 물건너간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강 대표로선 ‘마지막 큰 파도’를 넘어야 한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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