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 경영 넘어 잠재된 ‘고객가치’ 찾아라
[고객가치 경영]
제품·서비스 불만 ‘사후적’ 개선 아닌
고객 잠재된 욕구 미리 읽어 제품개발
기업 ‘성장 잠재력’ 강화 핵심 떠올라 김신배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은 올해 초부터 ‘4세대 고객만족경영’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라는 2세대를 지나 3세대 이동통신(WCDMA)으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 빗대, 고객만족 활동도 3세대에서 4세대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4세대 고객만족경영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고객가치경영’이다. 1세대 고객만족경영은 고객불만을 단순처리하는 수준이었다. 2세대는 콜센터, 지점 등에서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 3세대는 고객이 표현하는 ‘니즈’를 파악해 고객만족을 향상시키는 수준이었다면 4세대는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잠재적 니즈까지 미리 파악해 충족시키는 단계를 말한다. 이를 위해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2006년 고객관계관리(CRM) 본부와 고객만족(CS) 본부를 통합해 ‘고객가치(CV) 추진 본부’를 신설했다. 고객 니즈의 정밀한 파악을 위한 휴먼센터드이노베이션(HCI)팀도 만들었다. 박영규 고객가치추진본부 실장은 “국내외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3세대 고객만족경영으론 부족하고 4세대를 구현해내야 한다”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고객가치경영”이라고 말했다. 고객은 기업의 영원한 화두다. 고객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고객만족경영, 고객중심경영은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기본 전제가 된 지 오래됐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만족경영의 진화한 형태인 고객가치경영이 기업들의 경영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가치경영은 단순한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조직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특히 고객이 현재 표출한 요구나 니즈뿐 아니라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잠재된 니즈까지 파악해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재문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객만족경영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한 고객이 만족했는지를 ‘사후적’으로 체크해서 개선점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데 반해, 고객가치경영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사전에’ 파악해서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반영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자는 주로 판매·서비스쪽에서 강조됐지만 후자는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고객을 중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엘지전자 인사이트마케팅팀 팀장인 최명화 상무는 “고객만족은 고객이 기대한 것, 고객이 경험한 것의 틀 안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수동적인 개념”이라며 “우리회사 제품에 만족한 고객이라도 다른 회사가 고객도 미처 깨닫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면 얼마든지 그 회사 제품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고객가치경영의 선두주자로는 엘지그룹을 꼽을 수 있다. 1990년대부터 ‘고객만족경영’을 경영이념으로 삼았던 엘지그룹은 2006년부터는 ‘고객가치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의 “휴대폰을 개발할 때는 세계 각 지역의 사람들 손가락 크기까지 다 고려해야 한다”(지난 3월 연구개발성과 보고회)는 발언은 이런 고객중심적 사고가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 말 출범한 엘지전자의 인사이트마케팅팀은 이런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조직이다. 최명화 상무는 “고객의 잠재된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시장을 아주 잘게 쪼개 분석하고, 인터뷰·행동관찰 등을 통해 고객의 생각을 깊게 들여다본다”며 “이전에도 이런 활동을 해왔지만 지금은 체계적이고 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도 고객가치경영에 매진하고 있는 대표적 업종이다. 민영화 이후 고객만족경영을 본격 추진해온 케이티(KT)는 지난해부터는 ‘고객가치 혁신’으로 모토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고객가치혁신(CVI) 센터,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고객니즈탐험풀’ 등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고객가치는 ‘고객을 위한 가치’라는 개념이 중심이지만 더 나아가 ‘고객의 가치’ ‘고객에 의한 가치’라는 개념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최순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고객가치경영은 브랜드가 기업의 자산이듯이 고객을 기업의 자산으로 본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객의 가치’ 개념은 더 나아가 각각의 고객이 가져다 주는 수익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가치있는 고객을 능동적으로 개발하고 ‘불량고객’은 적절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전략과도 연결된다.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객은 기업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모든 고객들에게 똑같이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들은 고객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장 적합한 고객관리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에 의한 가치’는 인터넷을 통한 구전 효과, 프로슈머 개념 등에서 볼 수 있듯 고객들이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창출해내는 가치를 말한다. 기업들이 점점 ‘고객가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고 글로벌화되면서 기업들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발전이 가속화하면서 기술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도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 창출에 매달리는 배경이다. 박영규 실장은 “이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가입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성숙한 시장”이라며 “단순히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해주는 것으로는 성장기반 확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가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단기적인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고객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의 기대와 경험을 뛰어넘어야 우리 고객을 붙잡아 놓을 수 있고 타사 고객을 뺏어올 수 있다”는 최명화 상무의 말이 국내 기업들의 고민을 단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고객 잠재된 욕구 미리 읽어 제품개발
기업 ‘성장 잠재력’ 강화 핵심 떠올라 김신배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은 올해 초부터 ‘4세대 고객만족경영’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라는 2세대를 지나 3세대 이동통신(WCDMA)으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 빗대, 고객만족 활동도 3세대에서 4세대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4세대 고객만족경영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고객가치경영’이다. 1세대 고객만족경영은 고객불만을 단순처리하는 수준이었다. 2세대는 콜센터, 지점 등에서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 3세대는 고객이 표현하는 ‘니즈’를 파악해 고객만족을 향상시키는 수준이었다면 4세대는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잠재적 니즈까지 미리 파악해 충족시키는 단계를 말한다. 이를 위해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2006년 고객관계관리(CRM) 본부와 고객만족(CS) 본부를 통합해 ‘고객가치(CV) 추진 본부’를 신설했다. 고객 니즈의 정밀한 파악을 위한 휴먼센터드이노베이션(HCI)팀도 만들었다. 박영규 고객가치추진본부 실장은 “국내외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3세대 고객만족경영으론 부족하고 4세대를 구현해내야 한다”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고객가치경영”이라고 말했다. 고객은 기업의 영원한 화두다. 고객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고객만족경영, 고객중심경영은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기본 전제가 된 지 오래됐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만족경영의 진화한 형태인 고객가치경영이 기업들의 경영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가치경영은 단순한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조직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특히 고객이 현재 표출한 요구나 니즈뿐 아니라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잠재된 니즈까지 파악해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재문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객만족경영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한 고객이 만족했는지를 ‘사후적’으로 체크해서 개선점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데 반해, 고객가치경영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사전에’ 파악해서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반영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자는 주로 판매·서비스쪽에서 강조됐지만 후자는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고객을 중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엘지전자 인사이트마케팅팀 팀장인 최명화 상무는 “고객만족은 고객이 기대한 것, 고객이 경험한 것의 틀 안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수동적인 개념”이라며 “우리회사 제품에 만족한 고객이라도 다른 회사가 고객도 미처 깨닫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면 얼마든지 그 회사 제품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고객가치경영의 선두주자로는 엘지그룹을 꼽을 수 있다. 1990년대부터 ‘고객만족경영’을 경영이념으로 삼았던 엘지그룹은 2006년부터는 ‘고객가치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의 “휴대폰을 개발할 때는 세계 각 지역의 사람들 손가락 크기까지 다 고려해야 한다”(지난 3월 연구개발성과 보고회)는 발언은 이런 고객중심적 사고가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 말 출범한 엘지전자의 인사이트마케팅팀은 이런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조직이다. 최명화 상무는 “고객의 잠재된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시장을 아주 잘게 쪼개 분석하고, 인터뷰·행동관찰 등을 통해 고객의 생각을 깊게 들여다본다”며 “이전에도 이런 활동을 해왔지만 지금은 체계적이고 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도 고객가치경영에 매진하고 있는 대표적 업종이다. 민영화 이후 고객만족경영을 본격 추진해온 케이티(KT)는 지난해부터는 ‘고객가치 혁신’으로 모토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고객가치혁신(CVI) 센터,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고객니즈탐험풀’ 등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고객가치는 ‘고객을 위한 가치’라는 개념이 중심이지만 더 나아가 ‘고객의 가치’ ‘고객에 의한 가치’라는 개념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최순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고객가치경영은 브랜드가 기업의 자산이듯이 고객을 기업의 자산으로 본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객의 가치’ 개념은 더 나아가 각각의 고객이 가져다 주는 수익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가치있는 고객을 능동적으로 개발하고 ‘불량고객’은 적절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전략과도 연결된다.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객은 기업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모든 고객들에게 똑같이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들은 고객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장 적합한 고객관리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에 의한 가치’는 인터넷을 통한 구전 효과, 프로슈머 개념 등에서 볼 수 있듯 고객들이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창출해내는 가치를 말한다. 기업들이 점점 ‘고객가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고 글로벌화되면서 기업들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발전이 가속화하면서 기술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도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 창출에 매달리는 배경이다. 박영규 실장은 “이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가입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성숙한 시장”이라며 “단순히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해주는 것으로는 성장기반 확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가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단기적인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고객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의 기대와 경험을 뛰어넘어야 우리 고객을 붙잡아 놓을 수 있고 타사 고객을 뺏어올 수 있다”는 최명화 상무의 말이 국내 기업들의 고민을 단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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