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나은행은 정기적으로 각 영업지점별로 ‘고객만족 리더’를 선정하고 있다. 리더들이 모여 고객 만족을 높이려는 기법을 배우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고객가치 경영] 은행들, 고객감동 잰걸음
전담 부서 기본…고객만족도 정기조사
창구 즉시보상·암행감찰로 직원평가도
전담 부서 기본…고객만족도 정기조사
창구 즉시보상·암행감찰로 직원평가도
이용자 돈으로 커가는 은행들은 너나할 것 없이 고객중심 경영을 제일의 가치로 둔다. 최근 들어 은행 고객들이 한 은행과 장기 거래를 하기보다는, 조금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 자주 거래은행을 바꾸다 보니, 은행들은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잡기 위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묘안 찾기에 분주하다. 고객만족 전담 부서를 두거나 정기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조사하는 것은 기본 중에도 기본에 속한다. 용역 직원이 고객을 가장하고 일선 영업점을 찾아, 창구직원들의 친절도를 평가해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곳도 있다.
국민은행은 과거에 ‘민원이 가장 많은 은행’이란 오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국내 시중은행 중 고객 만족도가 가장 높은 은행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비결은 2004년 11월 강정원 행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된 ‘고객만족 개선활동’에 있다. 2005년에 고객만족 헌장을 제정·선포한 데 이어 서비스 갭(GAP) 모형 분석을 통해 은행 직원과 고객 사이의 시각차를 꾸준히 조정해 나갔다.
이 은행의 강동호 고객만족부 차장은 “고객이 일선 지점에서 번호표를 뽑는 순간부터 용무를 마치고 로비 매니저에게 인사를 받고 문을 나서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각 직원의 서비스 행동 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며 “이런 노력 덕택에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으로 한국생산성본부의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결실을 거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고객가치 경영을 ‘그레이트(GREAT) 서비스’로 구체화했다. 영업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핵심 테마를 선정해 우리은행을 이용해 본 고객이라면 다른 은행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다섯 가지 핵심 테마는 ?밝은 웃음(Good smile) ?관심 표현(Relationship) ?고객 눈맞춤(Eye contact) ?고객 이름 부르기(Address by name) ?감사의 마음(Thank you)이다. 이 밖에도 지점별로 자발적으로 ‘고객만족 리더’를 선정하고, 이들의 모임인 ‘고객만족 리더스쿨’을 통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창구에서 고객 불편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창구 직원 전결로 즉시 현금보상을 하는 ‘고객 케어24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암행 감찰로 유명하다. 모니터 요원이 고객을 가장해 영업점을 방문해 직원들의 친절도를 평가한다. 모니터 요원은 때로는 영업시간이 끝난 뒤에 영업점을 찾아 동전 교환이나 입출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은행의 한 과장은 “우리 직원들은 오래전부터 고객을 만족시키는 서비스의 중요성을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돼 있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도 이 은행은 고객 감동을 실천한 우수직원을 발굴해 포상하는 한편,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고객 만족’ 부문에서만 외국 연수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하나은행은 올해 3월 현재 최근 6개월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고객 불만이 전년 같은 기간(148건)보다 20% 이상 감소한 41건에 그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05년에 ‘고객만족 종합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신한은행 홈페이지나 080 전화, 엽서 등으로 접수되는 고객의 불만족 사항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고객만족 전담부서인 고객만족센터는 이 시스템을 통해 행내 전직원에게 고객 불만족 사례를 공개하고, 이로써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외환은행은 이달 초부터 은행권에선 유일하게 ‘가계대출 서비스 품질 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대출 심사 신청 후 4시간 안에 대출 여부를 결정해주고, 이를 지키지 못했을 땐 6개월간 대출 금리를 최대 0.5% 감면해주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나아가 4시간 경과 뒤 대출 불승인 결정이 나면 고객에게 5만원 상당의 기프트 카드를 준다. 이와 함께 고객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대출금을 입금해 주는 ‘대출시간 보장 서비스’도 운용하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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