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보헤미안 아폴리네르> 이진성 지음. 아카넷 펴냄. 1만8000원
잠깐독서 /
‘미라보 다리’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 평전. 전장에서 여자 펜팔친구 마들렌 파제스에게 보낸, 완숙기의 서간집과 입대 전후 불꽃같은 사랑을 나눈 루이즈 드 콜리니샤티용 백작에게 보낸 서간집 연구서가 나오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연세대 불문학과 이진성 교수의 노작. 작가의 생애 특히 네 차례의 사랑과 작품을 씨와 날로 엮어 일목요연하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네/그리고 우리의 사랑도/기억해야 하는가/기쁨은 늘 괴로움 뒤에 왔었지.(…)”
샹송으로 더 잘 알려진 그의 대표작 ‘미라보 다리’는 고통스러운 추억을 되새기며 사랑의 종말을 노래한 절창. 화가인 마리 로랑생과의 사랑이 파국을 맞은 뒤에 지었다. 1907년 파리의 한 화랑에서 만나 1912년 결별하기까지 6년에 걸친 이들의 사랑은 새로운 미학을 정립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아폴리네르는 로랑생과 함께 오퇴유의 집으로 돌아올 때 미라보 다리를 애용했다. 이 무렵 입체파 피카소와 교유는 그의 시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앞얼굴과 옆얼굴을 포개어 그림으로써 사람 얼굴의 총체적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성을 시에서 구현하였던 것. ‘생메리의 악사’ ‘변두리’ 등의 시편에서 각기 다른 시기의 과거의 경험들을 동시에 현재 시제로 ‘지금 여기’에 펼쳐보였다.
1913년에 낸 그의 시집 <알코올>은 사랑과 새로움을 추구한 그때까지의 시작활동의 총결산으로 1차 세계대전 중임에도 일곱자리 숫자로 판매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처음에는 야릇하다, 낯설다, 는 반응 외에 다른 사람들의 시를 변조했다는 악평까지 받았지만 신세대 문인들이 등장하면서 제 평가를 받았다. 특히 브르통은 ‘서정 그 자체’라는 극찬을 했다.
이에 앞서 아폴리네르는 스물한살 나이에 동료 가정교사인 애니 플레이든과 사랑에 빠져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라는 문학성 높은 작품으로 승화시킨 바 있다. 그의 마지막 여인은 신혼 몇달로 그친 갈색머리 자클린 콜브였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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