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절대 받지마라> 유정식 지음. 거름 펴냄. 1만2000원
잠깐독서 /
시골을 지나가던 정장 차림의 잘 생긴 남자 한명이 한 농장 주인에게 다가가 “주인이 키우고 계신 양의 숫자를 맞춰볼테니 정확히 맞출 경우 양 한마리를 달라”고 제안했다. 호기심이 동한 주인이 이에 동의하자, 남자는 노트북을 꺼내 휴대폰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에 연결해 위성사진을 내려 받았다. 또 농장협회 등을 잇달아 접속해 각종 자료를 전송받아 100페이지 가량 자료를 출력해 훑어보더니 “1523마리”라고 답했다. 이에 주인은 양 한마리를 남자에게 준 뒤 “이번엔 내가 당신의 직업을 맞출테니 맞다면 양을 돌려달라”고 제안했다. 동의하는 남자에게 주인은 “당신은 컨설턴트”라고 말했고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첫째 당신은 내가 초청하지 않았는데도 이곳에 찾아왔다. 둘째 당신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답을 했다. 셋째 당신은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내가 당신에 준 동물은 양이 아니라 염소이니까.”
이 우스개는 <컨설팅 절대 받지마라>는 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누구나 한번쯤 의심을 품어봤을 법한 컨설팅의 효용에 대해 구체적이고 풍부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효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컨설팅이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는 업계 비리를 폭로한다. 컨설팅회사가 어떻게 비용을 부풀리는지, 경력도 없는 대학생을 어떻게 컨설턴트로 위장하는지, 컨설팅 회사의 크리덴셜(프로젝트 수행경험)을 어떻게 과장하는지, 최종 보고서는 왜 그리도 쓸모가 없는지 등을 낱낱히 파헤쳐 마치 한편의 ‘시사 고발프로’를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워낙 사례가 생생하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이미는데다 지은이가 아더 앤더슨과 왓슨 와이어트 등 유명 회사 컨설턴트 출신이기에 책 내용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부조리로 얼룩진 제도권 컨설팅업계로의 복귀를 거부”하며 스스로를 ‘재야 컨설턴트’라고 부르는 지은이는 “욕먹는 한이 있더라도 업계의 자정을 위해 총대를 메”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그렇다고 지은이가 ‘컨설팅 무용론’에 동의하는 건 않는다. 무조건 싼값에만 컨설팅을 받으려고만 하거나, 목적없이 한번 받아보려는 태도 등 고객사 태도가 컨설팅을 효과없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똑똑하고 믿을만한 컨설팅사를 고를 수 있는지, 또 적정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뽑아낼 수 있는지도 덧붙였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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