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앉아서 세계를 발견한 남자>권터 베셀 지음, 배진아 옮김, 서해문집 펴냄. 1만6500원
잠깐독서 / 집안에 앉아서 세계를 발견한 남자
‘서울 안 가본 사람이 가본 사람 이긴다’는 옛말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제바스티안 뮌스터를 두고 한 말같다. 지금부터 약 500여년 전 독일에서 태어나 스위스 바젤에서 사제이자 교수로 육십평생의 대부분을 보낸 그는 1544년 가을 펴낸 책 <코스모그라피아>에서 감히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책을 통해 이런저런 나라에 관해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뮌스터가 <코스모그라피아>를 쓰게 된 과정을 추적한 특이한 구성의 책이다. <코스모그라피아>(독일어로 세계에 대한 설명 또는 묘사, 지리학)는 16세기 당시 독일은 물론 유럽 최초의 베스트셀러라 할 정도로 유명한 책이었다. 지은이 귄터 베셀은 “당시 중유럽인들이 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집대성한 책”이라고 소개한다. 한마디로 세계지리백과사전인 셈이다. 1552년 페스트의 희생자로 뮌스터가 죽은 이후에도 판을 거듭해 1628년 46판까지 나왔고, 6개국어로 번역돼 7만부가 팔렸으며, 초판 660쪽에서 1800쪽으로 늘어난 마지막판에 드뎌 한국(코레이 또는 코레아)도 10줄짜리로 등장한다.
장거리여행은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뮌스터가 이처럼 방대한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바로 지리상의 발견시대를 살았던 덕분이었다. 아프리카 희망봉 발견, 아메리카 대륙 발견, 멕시코 아스텍 제국과 페루 잉카제국 멸망, 인류 역사상 최초의 세계일주항해 등등등 거의 날마다 쏟아지는 놀랍고 신기한 다른 세상 소식에 뮌스터는 “오 시대여, 오 학문이여, 산다는 것은 이다지도 즐거운 일인 것을”이라고 감탄했단다.
하지만 지금 잣대로 보면, 황당무계할 정도로 잘못된 정보도 수두룩한 까닭에 지은이 베셀은 “그가 세상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의 서재 안으로 다가왔다”며 이 놀라운 인문주의자의 호기심을 두둔한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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