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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살아있는 주거건축, 한옥의 재발견

등록 2006-12-21 21:11

<한옥이 돌아왔다> 황두진 지음, 공간사 펴냄.2만원
<한옥이 돌아왔다> 황두진 지음, 공간사 펴냄.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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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의 건축가들이 대개 그렇듯 서양식 건축작업만을 해온 지은이는 어느날 한옥을 고쳐 지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우리나라 건축가들은 한옥 자체를 건축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토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우연찮게 한옥 짓기라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선 건축가가 2004년부터 3년 동안 서울 북촌에 새로 짓거나 고쳐 지은 한옥 작업에 대한 보고서다.

무무헌, 취죽당, 쌍희재 등 다섯채의 살림집의 건축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는데, 책에는 이 집들의 도면과 건축메모는 물론 실제 집을 짓는 과정에 부닥치는 다양한 고민과 제안이 빼곡하다. 고쳐 지은 한옥들을 여러 앵글로 포착해낸 사진들은 아름답지만 그 용도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한옥의 쓸모와 한옥 짓기의 고민을 풀어내기 위한 것이다. 가령, 그가 처음 고쳐 지은 집 ‘무무헌’ 이야기 뒤에는 한옥 건축이 단열을 위해 지붕에 퍼담는 흙이 집의 수명을 떨어뜨리는 단점을 지적하며 흙 대신 건식공법을 써볼까 고민한다. 부엌이 떨어져 있어 불편하고 우풍이 많아 춥다는 한옥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에 대해서는 현대적 주방과 욕실, 냉난방, 단열 따위를 한옥의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은이의 말대로 이 책은 한옥의 미학적 가치만을 노래하는 책이 아니다. 한옥이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식 집에 처절하게 패배한 것은 미학적 결여 때문이 아니라 집의 기본기능, 내구성, 새로운 공간 등 새시대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탓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한옥은 보존해야만 하는 문화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주거 건축이다. 요즘 사람들이 편하게 깃들어 살도록 하려면 양옥의 두배에 이르는 비싼 건축비를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수공예적 아름다움이나 전통공법, 귀한 목재 사용 같은 것은 포기할 수도 있는 게 지은이의 한옥 경쟁력 회복 제안이다. 3층 이상 한옥을 짓기 어렵게 돼 있는 건축법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는다. 보급형 한옥 설계를 통해 한옥을 아파트단지처럼 짓는다면 비싼 건축비 절감도 가능하다고 지은이는 이야기한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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