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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국의 사람 ‘인’사이드] 흥국생명은 ‘제2의 호남정유’가 될 수 있을까

등록 2020-11-13 05:00수정 2021-01-07 21:10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배구 여자부 경기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이 GS칼텍스의 공격을 막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배구 여자부 경기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이 GS칼텍스의 공격을 막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브이(V)리그 흥국생명과 지에스(GS)칼텍스의 경기는 최근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기자가 본 올해 최고의 스포츠 경기 중 하나였다. 스코어 3-2(23:25/25:22/25:19/23:25/17:15)가 말해주듯, 흥국생명은 진땀승을 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지에스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백미는 마지막 5세트 흥국생명의 거포 김연경과 지에스 차상현 감독의 기싸움이었다. 14-14 박빙의 상황에서 김연경의 회심의 일격이 상대 블로킹에 막혔고, 김연경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네트를 강하게 끌어내렸다. 자신에 대한 화풀이기도 했지만, 지에스 선수들의 기를 누르고자 하는 의도도 보이는 제스처였다. 이를 본 차상현 감독은 김연경의 행동에 경고를 주지 않는다며 주심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김연경의 기를 꺾기 위한 맞불이었다.

승부는 흥국생명의 승리로 끝났지만, 남은 경기 동안 김연경은 ‘의도적 제스처’를 자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배구연맹도 12일 경고 처분을 하지 않은 심판에게 제재금을 부과하면서 사실상 김연경에게 간접 경고를 했다.

프로배구 출범 뒤 전승으로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경우는 없었다. 2009~2010시즌 남자부 삼성화재의 30승(6패)과 2012~2013시즌 여자부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의 25승(5패)이 리그 최다승 기록이다. 하지만 1라운드 전승(5승)을 거뒀던 흥국생명 선수들은 이날 김연경의 제스처에서 드러났듯이 1승에 대한 열망을 보여줬다.

흥국의 연승 가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우선 리시브 불안을 해소해야 할 듯하다. 이날 흥국생명은 리시브 효율이 23.71%에 불과해 지에스(37.14%)와 차이가 컸다. 공격 성공률(43.56%)은 지에스(41.71%)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9월 열린 코보컵에서 무실세트로 결승에 오른 흥국생명은 지에스를 만나 0-3 충격적인 셧아웃 패배를 당한 바 있다. 이 경기서도 리시브효율(35.21%)은 지에스(42.86%)에 크게 뒤졌다. 정규리그 1라운드 때 유일하게 풀세트 접전으로 갔던 지난달 31일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도 리시브효율(31.58%)이 도로공사(41.94%)보다 열세였다. 리시브가 잘 안되는 날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던 셈이다. 앞으로 상대팀들은 흥국생명의 리시브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 자명하다.

흥국생명의 질주를 보면 90년대 여자배구 황금기를 이뤄냈던 호남정유(현 지에스칼텍스 전신)가 떠오른다. 호남정유는 1991년부터 1999년(엘지정유)까지 대통령배와 슈퍼리그 정상에 9번 연속으로 오른 팀이다. 한국 여자 배구의 전설 장윤희와 세터 이도희의 환상 콤비는 감히 다른 팀에서 넘볼 수 없는 경지였다. 1991년 3월부터 1995년 10월까지 92연승이라는 깨기 불가능한 기록도 남겼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땐 아예 호남정유팀 자체가 국가대표로 나가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당시엔 프로 체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흥국생명이 이러한 대기록을 다시 달성하기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흥벤져스’라고 불릴 정도로 스타급 선수들로 이뤄진 흥국생명이 호남정유의 아성에 가장 근접한 팀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지에스가 가진 최다연승 기록인 14연승은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박미희 감독과 선수들도 이런 기대를 알고 있다. 그래서 한 게임, 한 게임이 더 신중하고 승부욕에 불탄다. 도로공사에게 세트스코어 0-2로 끌려가던 상황서 박 감독이 했던 말에서 어렴풋이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야! 너희 자존심도 안 상해? 점수 봐.”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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