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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난초처럼 꽃피운 ‘차상현 리더십’

등록 2021-03-31 15:50수정 2021-04-01 02:37

이정국의 사람‘인’사이드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시상식에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 우승 공약으로 약속한 훌라후프 돌리기를 수행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시상식에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 우승 공약으로 약속한 훌라후프 돌리기를 수행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오묘한 기분이다.”

3월30일 프로배구 여자부 사상 최초로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지에스(GS)칼텍스의 차상현(47) 감독의 우승 소감이다. 여러 감정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말일 터다. 이어 차 감독은 “눈물은 안 난다. 그런데 예전에 숙소 방에서 우승하면 어떨까 상상을 했는데 그땐 눈물이 났다. 이 얘길 선수들에게 하니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더라”며 웃었다. 차 감독이 종종 “옆집 아저씨 취급당한다”며 농담처럼 말해왔는데 감독과 선수 사이의 스스럼없는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화제가 된 장면이 있다. 고참 한수지(32)가 작전시간 때 차 감독의 어깨를 다독이는 모습이 전파를 탄 것. 보통 감독이 선수의 어깨를 두드리는데 정반대의 상황인 셈이다. 이 장면은 ‘짤방’으로 만들어져 인터넷에 돌아다닐 정도다. 역시 지에스 선수단의 열린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차 감독과 선수들 간의 친밀한 관계는 우승의 원동력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감독의 권위를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프로 선수의 본령에 대해선 엄격하다. 훈련 때는 단내가 나도록 혹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차 감독이 “내 훈련이 무척 힘든데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고 할 정도. 훈련이라도 소극적 모습을 보이면 눈물이 쏙 빼도록 혼을 낸다. 하지만 화를 낼 상황에서 화를 내기 때문에 선수들은 이를 받아들인다.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알고 고쳐 나가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한 각종 규정을 만들어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는 제도도 운용 중이다. 캡틴 이소영이 “칭찬 좀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선수 평가도 박한 편이다. 경쟁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적극적이고 밝은 분위기다. 지난해 9월 코보컵 결승에서 흥국생명을 3-0으로 물리치고, 트레블 신화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 작전명이 이른바 ‘미친개 작전’이었다. 당시 김연경을 중심으로 한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흥국생명은 무적함대나 다름없었고, 이를 깨기 위해선 져도 좋다는 정신으로 무장한 적극적 플레이가 필요했다. 지에스 선수 특유의 활기찬 에너지는 리그 막판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강소휘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았던 경기 가평의 지에스 훈련장에서 우연히 차상현 감독을 마주친 적이 있다. 코칭스태프 휴게실에 들어가 보니 수십 개의 난 화분이 보였다. 의외로 차 감독의 취미는 난 가꾸기다. 난꽃을 피우기 위해선 보통 정성이 필요한 게 아니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2016년 첫 부임 때 5위였던 팀을 매해 한 계단씩 끌어올려 5년 만에 통합우승까지 끌고 간 차상현 감독의 리더십에 지에스는 마침내 꽃을 피웠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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