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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감독의 ‘포용 리더십’은 흥국생명을 구할까

등록 2021-03-10 15:13수정 2021-03-11 02:51

[이정국의 사람‘인’사이드]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이 9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이 9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리그 최하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9일 덜미를 잡히면서 정규리그 우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케이지시(KGC)인삼공사와 한 경기만을 남겨놓은 흥국생명은 승점 56점으로 2위 지에스(GS)칼텍스와 승점 1점 차에 불과한 ‘불안한 선두’를 유지 중이다.

12일 지에스가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알토스에 이기면 선두가 뒤바뀐다. 그렇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흥국생명이 13일 마지막 경기서 인삼공사에 5세트까지 가지 않고 승리하면 다시 1위로 올라서고, 최종 순위는 16일 지에스와 인삼공사 전에서 결판난다. 지에스는 이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1위가 된다. 두 팀 모두 한 경기 한 경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라, 누가 유리하다고 말할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쫓는 자보다 쫓기는 자가 더 불안한 법. 더군다나 각종 구설로 팀이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흥국생명은 선수들의 정신력이 아니면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경기 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이 “(흥국생명이) 지쳐있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을까.

학교폭력 등 각종 사태로 인해 주전 공격수 이재영과 세터 이다영이 빠지면서 급격하게 팀 전력이 와해된 5라운드부터, 배구계에선 “흥국이 앞으로 1승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두 선수가 빠진 데다가, 백업 세터 김다솔(24)의 경기 운영 능력이 주전급에는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흥국생명은 6라운드에서도 껄끄러운 상대인 한국도로공사에 승리하면서 가까스로 1위를 지켜내고 있다. 팀 전력이 무너진 상태에서 2승을 거둔 것에 대해 박미희 감독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배구계에서 박 감독의 리더십은 ‘포용 리더십’으로 통한다. 선수들을 이해하고 격려하는 지도자다. 9일 경기에서도 박 감독은 김다솔의 경기력이 떨어지자 교체를 하면서 코트 밖으로 나오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격려했다. 마치 우는 아이를 달래는 모습 같았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뺏긴 2, 3세트에서도 작전 타임 때 맏언니 김연경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힘을 북돋웠다.

선수들이 어려움에 몰려있을 때 다그치기보다 격려해주는 박 감독의 리더십은 4세트에 빛을 발했다. 2세트를 12-25, 3세트를 11-25로 허무하게 내준 팀이라기 보기 어려울 정도로 180도 바뀐 모습이었다. 치열한 듀스 접전 끝에 27-29로 결국 지긴 했지만, 이 세트는 포스트 시즌에서 흥국생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기 전 박 감독은 인터뷰에서 “순위보다는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는 게 긍정적이다. 선수들 자신감도 붙고 있다. 김다솔과 브루나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서로 도와주며 부담을 덜어주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박 감독이 무조건 선수들을 감싸는 것은 아니다. 1세트 흥국생명이 앞서 나가고 있을 때 추격을 허용하자 박 감독은 작전 타임을 불러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집중해, 집중”을 외쳤다. 결국 흥국생명은 1세트를 따냈다.

박 감독의 말 대로 이미 흥국생명에 정규리그 순위 싸움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만일 흥국이 2위로 떨어져도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끝낸 뒤 박 감독에겐 20일 열리는 플레이오프까지 1주일의 시간이 있다. 흥국의 최종 순위보다, 이 1주일 동안 팀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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