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데이트] 분데스리가 핸드볼스타 조치효·윤경신
“시차적응도 덜 됐을 텐데 열심히 뛰어주니 그저 고맙죠.”
한국남자핸드볼대표팀 김태훈(44)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조치효(37)와 윤경신(34)이 태릉선수촌에 나타났다. 9월1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다.
지난 25일과 26일 귀국한 둘은 27일 오후 서울 태릉선수촌 오륜관 핸드볼경기장에서 하나은행과 연습경기에 나섰다. 둘다 왼손잡이로 2m3과 1m94의 큰 키에서 연신 강슛을 내뿜었다.
둘은 한국 핸드볼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 윤경신은 경희대를 졸업하던 1996년 곧바로 독일에 진출했다. 핸드볼 세계 최고의 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에 한국 선수로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솔직히 한국에서는 관중없는 설움이 컸어요. 독일에서는 정말 뛸 맛이 납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1부 리그 18개팀, 2부리그 36개팀 등 5부 리그까지 3천여개의 팀이 있다. 경기장 규모도 대개 5천~6천석 규모부터 2만석까지 다양하다. 그는 “우리팀 홈코트도 1만2천석인데 경기 때마다 꽉꽉 들어찬다”고 했다.
그곳에서 윤경신은 최고 스타다. 2006~2007 시즌에는 팀이 준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5월 끝난 유럽컵에선 정상에 오르며 최우수선수상(MVP)과 득점상을 싹쓸이했다. 독일에서 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단 홈페이지에는 날마다 그의 팬레터가 차고 넘친다. 그는 “경기 끝난 뒤 땀 흘리면서 사인해줄 때 기분이 가장 좋다”며 밝게 웃었다.
조치효는 강재원(43) 현 중국여자대표팀 감독에 이은 핸드볼 해외파 2호다. 상무에서 제대하던 1994년 10월 스위스에 진출했다. 부인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핸드볼 금메달리스트 민혜숙(38)씨다. 그는 스위스리그에서 12년 동안 활약하며 소속팀을 8번이나 정상에 올려놓았다. 또 1~3부리그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컵대회에서도 세차례나 우승했다. 스위스리그 최고스타로 자리매김한 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로 둥지를 옮겼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여덟. 스위스에서 최고령 선수로 뛰었고, 독일에서도 골키퍼 한둘을 빼곤 가장 나이가 많다. 한국대표팀에서도 물론 최고령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 끝난 뒤 태극마크를 반납했지만 지난 2월 독일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조국의 부름에 다시 응했다.
두 선수 모두 소속팀에 겨우 사정해 한국에 올 정도로 ‘귀한 몸’이다. 분데스리가는 지난 27일 리그가 시작됐지만, 이번 올림픽예선 참가로 조치효는 2경기, 윤경신은 1경기 결장한다. 둘다 국제 무대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이번엔 각오가 남다르다. 조치효는 “편파판정이 우려되지만 후배들과 조화를 잘 이뤄 반드시 올림픽출전권을 꼭 따내겠다”고 말했다. 윤경신도 “아직도 경기 직전 애국가가 울릴 때는 코 끝이 찡하다. 무조건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29일 결전지 일본으로 떠난 두 선수는 아시아지역예선이 끝나면 곧바로 독일로 향한다.
글·사진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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