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 김재수·고미영·송귀화씨
[36.5˚C 데이트]대원20명중 10명
에베레스트 등정 이끈 김재수 대장 올해는 고 고상돈씨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에 오른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국내 산악계는 이를 기념해 올 봄부터 10여개 원정대를 히말라야로 보냈다. 66살 노익장을 과시한 김성봉씨의 에베레스트 등정을 비롯해, 허영호 엄홍길의 등정소식 등이 국내에 속속 전파됐다. 박영석의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반은 두명의 젊은 목숨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20명의 대원 중 10명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쾌거가 있었다. 한 원정대로는 국내에선 가장 많은 등정인원 기록을 세운 주인공은 김해원정대 김재수(46·백산실업 대표) 대장. ■ “영광은 대원에게, 명예는 대장에게” = 김 대장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별로 1명씩 올랐으니, 손자와 할아버지 정도의 나이차를 가지고 오른 것”이라고 했다. 20대 박경효(27)씨부터 60대 이성인(60)씨까지 사고없이 등반이 이뤄졌다. 5월16일부터 20일까지 4차례 시도가 성공한 데는 김 대장의 ‘산행철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장도 등반을 해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베이스캠프에서 무전기를 든 대장이 아니라, 8300m 마지막 캠프에서 정상공격을 위한 진두지휘를 한 것이다. 그의 좌우명은 ‘영광은 대원에게, 명예는 대장에게’.
■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등반” = 등산 시작 30년을 맞은 그는 에베레스트로 첫 해외등정을 했던 1990년 이후 20여차례 크고 작은 해외산행을 다녔다. 그는 “과거엔 나를 위한 등반이었다면, 이제부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산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스포츠클라이밍 부동의 아시아 1위에다, 세계 5위까지 올랐던 고미영(40·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씨가 고산등반으로 돌아선 뒤 에베레스트 두번째 도전 만에 오르게 된 것도 그런 노력의 결실이었다.
고씨는 “밤 10시50분 8300m 캠프를 출발했을 때, 얼굴은 밑에서 불어오는 눈바람에 바늘로 쑤셔대는 고통의 연속이었다”면서 “혼자였으면 가지 못했을 길을, 뒤에서 김 대장이 함께 해주었기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월16일 고씨와 함께 정상에 오른 이상인(60)씨도 이틀 뒤 실버원정대에 의해 기록이 깨지긴 했지만 당시 국내 최고령 기록을 세웠다.
■ 개인돈 1억3천만원 내놔 = 이번 원정비용은 모두 3억1500만원. 이중 40%가 넘는 1억3천만원을 김 대장이 혼자 부담했다. “돈이 없는 후배들에게 타이틀 하나 얹어주면 그 다음엔 길이 열리지 않겠읍니까?” 그는 이걸 투자라고 했다. 20대 3명 중 1명이 성공했으니 33%는 성공한 셈이다.
이번에 국내 여성 최고령 등반기록을 세운 송귀화(58)씨는 “97년 유럽최고봉 엘부르즈(5642m), 2000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등반 때도 모두 김재수 대장의 도움이 컸다”고 치켜세웠다. 검게 타버린 얼굴색이 돌아오기도 전에 그는 18일 고미영씨와 파키스탄 브로드피크(8047m) 등정에 나선다. 왜 산에 오르냐고 물었다. “산행은 혼자하는 게임이며, 그 고독 속에서만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에베레스트 등정 이끈 김재수 대장 올해는 고 고상돈씨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에 오른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국내 산악계는 이를 기념해 올 봄부터 10여개 원정대를 히말라야로 보냈다. 66살 노익장을 과시한 김성봉씨의 에베레스트 등정을 비롯해, 허영호 엄홍길의 등정소식 등이 국내에 속속 전파됐다. 박영석의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반은 두명의 젊은 목숨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20명의 대원 중 10명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쾌거가 있었다. 한 원정대로는 국내에선 가장 많은 등정인원 기록을 세운 주인공은 김해원정대 김재수(46·백산실업 대표) 대장. ■ “영광은 대원에게, 명예는 대장에게” = 김 대장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별로 1명씩 올랐으니, 손자와 할아버지 정도의 나이차를 가지고 오른 것”이라고 했다. 20대 박경효(27)씨부터 60대 이성인(60)씨까지 사고없이 등반이 이뤄졌다. 5월16일부터 20일까지 4차례 시도가 성공한 데는 김 대장의 ‘산행철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장도 등반을 해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베이스캠프에서 무전기를 든 대장이 아니라, 8300m 마지막 캠프에서 정상공격을 위한 진두지휘를 한 것이다. 그의 좌우명은 ‘영광은 대원에게, 명예는 대장에게’.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김재수 대장, 이성인씨, 고미영씨(오른쪽부터).
8300m 캠프에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재수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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