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프로데뷔전 앞둔 김남선(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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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격투기 프로데뷔전 앞둔 김남선 김남선(28)은 약속시간보다 30분 늦었다. “시험엔 여전히 익숙치 않아서….” 이종격투기 프로데뷔전을 사흘 앞둔 13일, 그는 대학 첫 기말고사를 치르는 중이었다. “시험기간이라 그나마 평소보다 일찍 마친다”며 체육관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8시 반. 김남선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낮에는 기계공구 직원
해지면 체육학과 새내기
밤이면 격투기 선수로 “아플 겨를도 없어” 그는 하루에 두번 탈바꿈을 한다. 서울기계공구 직원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퇴근 뒤엔 인천전문대 사회체육학과 07학번 새내기로 ‘변신’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대호합기도체육관 소속 파이터로. “이것 저것 마구 벌려놨다는 걱정은 해요. 하지만 지금 늦었다고 여기면 평생 가도 못할 것 같아서요.” 그에겐 본업과 부업이 따로 없다. 일은 먹고 살기 위해, 시합은 성취감을 얻기 위해, 학교는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쌍거풀이 짙은 첫 인상에 ‘격투기 선수 같지 않다’고 했더니 “주변 사람들도 알고 나면 놀란다”고 맞장구를 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한테 맞고 나서 합기도를 시작했어요. 운동하기 전엔 주로 맞는 쪽이었어요. 물론 그 이후에 누구와 싸우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공부는 안하고 운동만 했다는 김남선은 고등학교 때 이미 합기도장 사범이 돼 있었다. 2남2녀 중 셋째인 그는 군대를 마친 뒤 경찰인 큰 누나의 제안으로 한때 경찰특공대를 꿈꿨다. 그리곤 시험에만 두번 떨어졌다. 경험부족 때문에 낙방했던 첫 시험은 그렇다 쳐도 결국 시간이 부족해 공부에 ‘올인’할 수 없었던 두번째 시험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적은 나이가 아니잖아요. 저축도 하고, 학비도 마련하고 운동도 해야하기에 지금 생활이 아슬아슬하긴 해요. 그렇다고 집에 손 내밀 순 없으니까….” 이종격투기 선수라는 사실도 아직까진 가족에겐 비밀이다. 쌍둥이 동생만 알고 있을 정도.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도 텔레비전으로만 봐서 그런지 제가 별로 안맞는 줄만 알아요. 이번엔 직접 와서 볼텐데….” 공부가 힘들다고 돈벌이가 어렵다고 운동을 소흘히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김남선에겐 하루 스물네시간이 짧기만 하다. “일단 열심히 살자고 다짐합니다. 대학동기 중엔 환갑 넘으신 분도 계신대요 뭘.” 어디 아픈 덴 없는지 물었더니 그다운 대답이 돌아온다. “그럴 겨를이 어딨어요? 여유 생기면 그때나 아플까.” 이종격투기 경력 3년에 총 전적 7전6승1패. 그동안 아마추어리그에서만 활약했던 그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스피릿MC 인터리그’에서 프로데뷔전을 치른다. 상대인 김창현(23)은 이종격투기 경력 4년, 40전에 가까운 경험을 지닌 베테랑이다. 훈련 중에도 종종 웃음을 지으며 다정한 표정을 짓는 그가 누굴 때릴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하는 상대를 보면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했는지 눈에 보입니다. 그런 상대를 누른다는 건 제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는 것 같은 자신감을 줍니다. 그 자신감으로 다시 공부를 하고 일도 더 열심히 하는 거죠.”
인천/글·사진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이종격투기 프로데뷔전 앞둔 김남선 김남선(28)은 약속시간보다 30분 늦었다. “시험엔 여전히 익숙치 않아서….” 이종격투기 프로데뷔전을 사흘 앞둔 13일, 그는 대학 첫 기말고사를 치르는 중이었다. “시험기간이라 그나마 평소보다 일찍 마친다”며 체육관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8시 반. 김남선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낮에는 기계공구 직원
해지면 체육학과 새내기
밤이면 격투기 선수로 “아플 겨를도 없어” 그는 하루에 두번 탈바꿈을 한다. 서울기계공구 직원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퇴근 뒤엔 인천전문대 사회체육학과 07학번 새내기로 ‘변신’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대호합기도체육관 소속 파이터로. “이것 저것 마구 벌려놨다는 걱정은 해요. 하지만 지금 늦었다고 여기면 평생 가도 못할 것 같아서요.” 그에겐 본업과 부업이 따로 없다. 일은 먹고 살기 위해, 시합은 성취감을 얻기 위해, 학교는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쌍거풀이 짙은 첫 인상에 ‘격투기 선수 같지 않다’고 했더니 “주변 사람들도 알고 나면 놀란다”고 맞장구를 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한테 맞고 나서 합기도를 시작했어요. 운동하기 전엔 주로 맞는 쪽이었어요. 물론 그 이후에 누구와 싸우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공부는 안하고 운동만 했다는 김남선은 고등학교 때 이미 합기도장 사범이 돼 있었다. 2남2녀 중 셋째인 그는 군대를 마친 뒤 경찰인 큰 누나의 제안으로 한때 경찰특공대를 꿈꿨다. 그리곤 시험에만 두번 떨어졌다. 경험부족 때문에 낙방했던 첫 시험은 그렇다 쳐도 결국 시간이 부족해 공부에 ‘올인’할 수 없었던 두번째 시험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적은 나이가 아니잖아요. 저축도 하고, 학비도 마련하고 운동도 해야하기에 지금 생활이 아슬아슬하긴 해요. 그렇다고 집에 손 내밀 순 없으니까….” 이종격투기 선수라는 사실도 아직까진 가족에겐 비밀이다. 쌍둥이 동생만 알고 있을 정도.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도 텔레비전으로만 봐서 그런지 제가 별로 안맞는 줄만 알아요. 이번엔 직접 와서 볼텐데….” 공부가 힘들다고 돈벌이가 어렵다고 운동을 소흘히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김남선에겐 하루 스물네시간이 짧기만 하다. “일단 열심히 살자고 다짐합니다. 대학동기 중엔 환갑 넘으신 분도 계신대요 뭘.” 어디 아픈 덴 없는지 물었더니 그다운 대답이 돌아온다. “그럴 겨를이 어딨어요? 여유 생기면 그때나 아플까.” 이종격투기 경력 3년에 총 전적 7전6승1패. 그동안 아마추어리그에서만 활약했던 그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스피릿MC 인터리그’에서 프로데뷔전을 치른다. 상대인 김창현(23)은 이종격투기 경력 4년, 40전에 가까운 경험을 지닌 베테랑이다. 훈련 중에도 종종 웃음을 지으며 다정한 표정을 짓는 그가 누굴 때릴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하는 상대를 보면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했는지 눈에 보입니다. 그런 상대를 누른다는 건 제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는 것 같은 자신감을 줍니다. 그 자신감으로 다시 공부를 하고 일도 더 열심히 하는 거죠.”
인천/글·사진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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