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대해 알아야 할 몇 가지
중국의 관시·만만디에 비견할
느긋한 대륙적 기질과 더불어
개인들이 각종 삶의 루트 뚫어
저급한 흑인문화로 여겨지던
삼바가 세계적 관광상품 된 뒤
다인종 묶어주는 통합기제로
중국의 관시·만만디에 비견할
느긋한 대륙적 기질과 더불어
개인들이 각종 삶의 루트 뚫어
저급한 흑인문화로 여겨지던
삼바가 세계적 관광상품 된 뒤
다인종 묶어주는 통합기제로
브라질 국기의 별은 몇개일까? 국기의 원은 축구공?
한번쯤 생각해봤을 의문에 세계 5위의 영토 대국 브라질의 비밀이 있다. 동그런 원은 공이 아니라 1889년 11월15일 당시 수도 리우에서 바라본 하늘이다. 왕정을 끝내고 공화정을 선포한 날에 빛난 남십자성 등 27개의 별은 26개 행정구역과 1개의 연방특구를 상징한다. 별의 크기도 1~5등급까지 다르다. 원을 가르는 띠에는 프랑스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에게서 영감을 받은 ‘질서와 진보’(Ordem e Progresso)가 새겨져 있고, 녹색 바탕과 노란색은 아마존의 녹색우림과 풍부한 자원을 상징한다. 그리기조차 힘든 국기처럼 브라질엔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많다.
■ 노예의 춤에서 브라질 아이콘 된 삼바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첫 단어는 삼바다. 1888년 노예해방 전까지 삼바는 아프리카 리듬에서 유래한 흑인의 음악일 뿐이었다. 20세기 초만 해도 농장주나 백인 중산층은 최면을 거는 듯한 리듬이나 요란하게 엉덩이를 흔드는 낯뜨거운 춤, 희롱조의 가사, 인종차별 의식 때문에 삼바를 저급한 문화로 보았다. 하지만 1917년 녹음된 삼바 음악 ‘펠루 텔레포니’가 히트를 치고 유럽 문화의 영향을 받은 카니발 행진에 맞도록 변형되면서 대중적인 저변확대가 이뤄진다. 무엇보다 1930년대 국가 정체성 고양을 위해 힘쓰던 제툴리우 바르가스 군부독재 정권의 적극적인 후원과 라디오의 전파로 대중문화로 발돋움한다. 일부에서는 우민화 정책으로 부각된 대중음악이라는 비평을 한다. 거리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삼바 음악과 춤을 볼 수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매년 사순절(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교회 절기) 직전 금~화요일 5일간 전국 각지에서 이뤄지는 삼바 축제다. 올해는 2월28일부터 3월4일까지 리우와 상파울루 등 주요 도시에서 밤낮으로 열렸는데, 관공서와 기업, 상가, 금융기관 등은 휴업에 들어가고 160여개국에 생중계됐다. 브루스 길먼(Bruce Gilman)은 ‘삼바의 정치학’이라는 짧은 논문에서 “브라질의 엘리트한테 멸시당했던 삼바는 나중에 진보 개혁주의자들이나 권위주의 독재자 모두한테서 인종통합이라는 메시지로 사용됐다. 오늘도 사회통합의 원천 구실을 한다. 그러나 통합의 메시지가 완전히 정착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 ‘따봉’과 ‘제이뚜’의 삶 1990년대 한 음료회사의 텔레비전 광고에 나온 ‘따봉’(좋다)을 통해 익숙해진 것처럼 브라질 국민들은 대륙적 기질의 느긋함과 친절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문화코드로 제이뚜(Jeito)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말로는 ‘방법’으로 해석되지만, 실생활에서는 ‘학연이나 지연, 편법, 불법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지칭한다.
임소라 한국외국어대 교수(포르투갈어)는 “관료주의가 워낙 강한 풍토에서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자, 사람들이 그것을 타파하면서 삶의 루트를 개별적으로 개발했다. 흔히 브라질에 대해 ‘되는 것도 없지만 안 되는 것도 없다’고 말하는 이유”라며 ‘제이뚜 민족’의 특징을 설명했다. 월드컵 경기장 시설에서도 제이뚜의 특성이 보인다. 외부에서는 월드컵 개막일이 가까워져도 일부 시설이 완공되지 않은 것을 걱정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면 6개월 전에 공사를 끝낸 뒤 예행연습을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개막 전날이라도 완공만 되면 되는 것 아니냐”는 태도다. 임 교수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는 기준에 맞도록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큰 이벤트는 그동안 문제 없이 잘해왔기 때문에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실선보다는 점선의 사회 16세기 포르투갈의 지배 이래 브라질은 원주민, 이주 백인,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인의 얽히고설킨 다인종 국가다.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북미의 미국과 비슷하다. 미국에 비해 포용과 개방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백인과 흑인 사이의 간극은 있다. 다만 사회문제로 폭발하지는 않는다. 임소라 교수는 “흑인에서 백인 아이가 나오고, 백인에서 흑인 아이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인종적으로 다양하게 혼합돼 있어서 하나로 브라질 사람을 규정할 수가 없다”고 했다. 순혈주의가 강한 한국계 후손들조차도 2~3세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한국 사람이 아니라 브라질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임 교수는 “문화적으로 융통성이 있는 사회여서 경계선이 명확한 실선이라기보다는 투과성이 좋은 점선”이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 ‘피 한 방울’이라도 흑인의 피가 섞이면 흑인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어머니는 백인이지만 대통령은 백인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인구 센서스 때 객관적인 외형과 더불어 조사 대상자의 주관적 판단 역시 인종 구분의 기준으로 적용된다고 한다. 마약이나 총기에 대한 규제에서도 점선이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마리화나는 불법이고 마약상은 처벌을 받지만, 마리화나를 피웠다고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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