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마쿠스 한이 본 독일축구
유로 2000·2004 치욕 겪은 뒤
강력한 유소년 진흥정책 시행
결승골 만든 괴체·쉬를레 비롯
뮐러·외질·크로스 등 길러내
24년만에 월드컵 우승 ‘결실’
이민자 적극 포용한 것도 한몫
유로 2000·2004 치욕 겪은 뒤
강력한 유소년 진흥정책 시행
결승골 만든 괴체·쉬를레 비롯
뮐러·외질·크로스 등 길러내
24년만에 월드컵 우승 ‘결실’
이민자 적극 포용한 것도 한몫
14일(한국시각) 브라질의 축구 성지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피파(FIFA)컵을 번쩍 치켜올린 독일 선수들의 모습은 독일 축구의 성공을 상징한다. 연장 후반 결승골을 넣은 마리오 괴체(22·바이에른 뮌헨)와 괴체에게 볼을 배달한 안드레 쉬를레(24·첼시)가 살아있는 증거다.
독일인들의 특징은 뭐 하나를 하면 오래 걸리긴 하지만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유로2000과 유로2004 때 두 번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치욕을 지켜본 독일축구협회가 그랬다. 협회는 독일 축구가 전술과 기술, 두 가지 모두 시대에 뒤쳐졌으며 현대적인 축구를 구현할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2000년대 초반 강력한 유소년 정책을 시행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스카우팅과 교육이다. 이전까지는 유소년 선수의 발굴과 육성이 프로 클럽의 유스팀에만 맡겨져 있었다. 협회는 재능이 있지만 프로구단의 눈에 띄지 못한 지역 소규모 클럽의 선수들을 발굴해 이들에게 협회가 마련한 축구센터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게 했다.
협회는 마을 구석구석의 작은 클럽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며 재능있는 선수들을 계속 발굴했다. 프로 클럽은 협회의 유소년프로그램 아래서 교육을 받는 어린 선수들 중 눈에 띄는 선수를 스카웃했다. 협회와 선수, 클럽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 재능 많고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대거 육성됐다. 괴체와 쉬를레, 그리고 토마스 뮐러(25), 토니 크로스(24·이상 바이에른 뮌헨), 크리스토프 크라머(23·뮌헨글라드바흐), 메수트 외질(26·아스널) 등이 바로 이 정책 아래 육성된 1세대 선수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의미에서도 독일 축구의 기초를 다졌다. 유소년 발굴을 위해 협회 소속 지도자들이 마을 곳곳의 작은 클럽들까지 찾아다니고 교류를 하면서 축구협회가 추구하는 새로운 독일 축구의 이상을 공유하고, 클럽의 수준도 향상됐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빅 클럽의 유스팀이 아니라면 아무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협회는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의 문호를 개방하면서 ‘C라이센스’(유소년지도자격증)를 쉽게 딸 수 있도록 했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지도자들이 많이 양성된 것이다.
독일 순혈주의를 버리고 외질, 제롬 보아텡(바이에른 뮌헨) 같은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한 것도 독일 축구의 달라진 모습이다. 독일에는 300만명이 넘는 터키인을 포함해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이 살고 있다. 1990년대까지 독일 축구계에는 이민자들에 대한 장벽이 있었다. 그러나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축구를 배운 뛰어난 선수들이 다른 나라의 국가대표가 되는 것을 보면서 독일 국민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샬케04가 자랑했던 하밀·할릴 알틴톱(32) 쌍둥이 형제가 2004년 터키 대표팀이 되고, 분데스리가 최연소 출장과 최연소 득점기록을 세운 누리 샤힌(26·도르트문트)은 2005년 터키 청소년 대표팀이 되자 독일 국민들은 ‘우리 선수를 지키지 못했다’는 감정을 느꼈다. 더불어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이웃나라들은 개방적인 대표팀 운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이제 독일축구협회는 오히려 이민자 출신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 터키축구협회와 힘겨루기를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쾰른/마쿠스 한 축구칼럼리스트 mhan2002@hanmail.net
마쿠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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