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문득 생각난…
일주일에 한 번씩 목마른 애차에 기름 넣으러 가기가 무섭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기름값 때문에 애지중지하던 차는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녀석은 속타는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유소 아르바이트생이 넣어주는 기름을 꿀꺽꿀꺽 잘도 받아 마신다. 다행히 다음달부터는 차를 집에 두고 다녀도 된다. 월말에 회사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운동 삼아 걸어다니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기왕에 할 운동이라면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볼까 욕심도 내봤다. 그것도 잠시, 생각해 보니 모양새가 별로다. 공덕동 깔딱고개를 헉헉거리며 열심히 페달을 밟아 오르는 장면은 ‘대략안습’일 거다. 게다가 땀으로 젖은 셔츠는 하루종일 숙성되면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향기를 풍길 것이고, 그로 인해 원만한 대인관계에 걸림돌이 될 거다.
대안은 스쿠터다.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몇년 전부터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올해 새로 나온 모델은 연비가 리터당 75㎞란다. 별로 의미 없는 공인연비라지만 놀랍지 않은가? 만원어치 기름 넣고 보름 정도는 충분히 출퇴근할 수 있겠다. 꽉 막히는 출퇴근길에 산뜻하게 바람을 가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비록 내 큰 머리에 맞는 헬멧이 없어 공사장 안전모를 쓰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꼭 사고 말 테다. 무슨 스쿠터이기에 그러냐고? 궁금하신 분은 〈Esc〉 6호(2007년 6월21일치)를 참고하시길.
임호림 기자 nam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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