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자전거를 타고 처음 한강에 나왔을 때, 한강이 명동 거리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서울 사람들은 해 지고 바람이 선선해지면 모두들 한강으로 기어 나왔다. 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창창하게 달릴 줄 알았으나, 자전거 길은 좁았고 인파는 넘실거렸다. 접촉사고를 피하려면 사람들을 요령 있게 피해 다녀야 했다. 요주의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①셋 이상 나란히 손을 잡고 도로를 점거하며 걷는 도보객들(주로 어머니와 딸로 구성됨) ②직선으로 가다 90도 커브를 도는 소년 자전거객들(보통 어머니가 ‘앞 보고 타라’고 타박) ③뒤로 걷는 아주머니(척추에 안 좋다는 방송 뒤 사라지는 추세) ④‘어버버’ 인라이너(충실한 지도자가 함께 가는 경우가 많아 돌출 행동은 없는 편) ⑤중앙선 위를 따라가는 러닝맨(노란 선이 집중도를 높여주는 건 사실이나, 우측 통행이 원칙)
오랜만에 나간 한강은 반포·잠실의 재개발 주상복합들로 초고층 병풍이 쳐지고 있었다. 한강을 시각적으로 독점하려는 욕망들. 그래도 사람들은 바퀴벌레처럼 용케도 병풍에 구멍을 뚫고 한강으로 몰려든다. 뒤로 걷고, 자전거를 타고, 유모차를 몰아서.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