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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의 이모

등록 2008-05-21 19:11

[매거진 Esc]문득 생각난…
내가 지구에서 아끼는 것 중에 ‘조카’라는 짐승들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큰조카는 (내 눈에만 그럴 것이 뻔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라는 말이 실감 나는 존재다. 몇 주전 그 조카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이모인 나는 이른 아침부터 생일축하 이벤트를 시작했다. 첫 프로그램은 서점에서 놀기.

아동 코너에 끌고 가서 갖고 싶은 책을 고르라 주문했다. 조카는 요즘 한창 뜨는 만화도서를 골랐다. ‘노’를 외쳤다. 만화책은 집에 많다. 대신 ‘우수 한국동화’라는 띠가 붙은 여러 권을 골라 찬찬히 읽어 나갔다. 최고로 좋은 읽을거리를 사주고 싶어서였다. 똑딱똑딱, 시간이 흘렀다.

앗! 동화에 빠져 정신없이 글자 속으로 빨려 들어간 사람은 조카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완득이>한테 영혼을 빼앗겨버렸다. 눈물도 찔끔 흘리고, 박장대소도 했다. 전교 1등이자 선망의 대상인 윤하를 향해 ‘생각보다 더럽다’(콧물을 닦은 손수건으로 입과 얼굴을 닦는 모습을 보고)라고 생각하는 완득이는 ‘유머’ 자체였다.

조카는 어디를 갔는지? 벌떡 일어나서 찾다 보니 아이는 제 좋아하는 만화책을 뒤지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것 앞에서도 인간은 제 본위대로 살 수밖에 없는 동물인가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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