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진 변호사
“헌재, 단순 병역기피자와 양심적 병역거부자 구분
처벌받은 병역거부자, 정부에 특별사면 요청할 계획
대법원 ‘첫 무죄판결’ 국회 ‘대체복무제 도입’ 이어져야”
오두진 변호사.
오두진(45) 변호사는 2007년부터 수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변호를 맡아왔다. 10년 넘게 법정에서 병역거부자의 ‘동지’로 살아온 그는 대체복무 없는 병역법은 헌법 위반이라는 헌재 결정에 환하게 웃었다.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만난 오 변호사는 “이번 결정이 수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헌재 결정에서 오 변호사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단순 병역기피자와 구분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가장 답답했던 것이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을 하나로 묶어 ‘파렴치한 병역기피자’라고 보는 시선이었어요. 자아가 무너질 정도의 고통을 받는 병역거부자들을 조롱하는 목소리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헌재가 명확하게 구분해준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고된 짐을 내려놓은 그의 말투는 내내 경쾌했다.
하지만 끝은 아니다. 오 변호사는 “이제 큰 관문 세 개 중 하나를 지난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두 개의 문을 여는 열쇠는 대법원과 국회가 쥐고 있다. 그는 조만간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첫 무죄 판결이 내려질 것을 기대했다. 더 중요한 것은 국회다. 어떤 형태의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느냐에 따라 논란이 마무리될 수도, 새로운 고통의 시간이 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 변호사는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그건 국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감옥으로 향하는 의뢰인을 10년 넘게 봐온 그로서는 이날 결정에 아쉬운 점이 없을 수 없다. 이날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병역법 처벌조항에 합헌 결정이 났기 때문에 지금 감옥에 있는 이들의 처지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자신의 몫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오 변호사는 “지금 감옥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분명 누구보다 오늘의 결정을 기뻐할 것”이라며 “이미 처벌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위임을 받아 정부에 특별사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