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
원래 위헌심판 대상에 없던
병역법 5조1항 끌어내 판단
“병역 종류 모두 군사훈련 전제
대체복무제 없어 기본권 침해”
“양심적 병역거부 정당한 사유”
“형사처벌 해도 예방효과 없어”
4명은 “처벌 자체가 위헌” 판단
2명은 “대체복무 없는 처벌 부당”
원래 위헌심판 대상에 없던
병역법 5조1항 끌어내 판단
“병역 종류 모두 군사훈련 전제
대체복무제 없어 기본권 침해”
“양심적 병역거부 정당한 사유”
“형사처벌 해도 예방효과 없어”
4명은 “처벌 자체가 위헌” 판단
2명은 “대체복무 없는 처벌 부당”
헌법재판소가 첫 위헌법률심판 제청 이후 16년이나 끌어온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소 복잡한 ‘우회로’를 거쳤지만, 결국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8일 선고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의 처벌 조항(제88조) 자체는 합헌이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대안을 규정하지 않고 있는 병역법 조항(제5조)은 위헌(헌법불합치)이라고 결정했다.
헌재의 이런 결정은 “대체복무제가 없는 게 위헌이라면, 대체복무가 필요한 이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 구조로 이어진다. 병역법은 병역의 종류로 현역·예비역과 함께 사회복무요원·공중보건의사·공익법무관·산업기능요원 등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총을 드는 훈련을 받는다. 반면 병역의 한 종류이지만 총을 들지 않아도 되는 대체복무제가 빠져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게 헌재의 해석이다.
실제 헌재는 이날 결정을 통해 ‘처벌 조항’ 뒤로 미뤄져 있던 ‘병역 종류 조항’을 심판 대상으로 적극 끌어올렸다. 특히 다수의견은 “병역 종류 조항이 대체복무제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체복무제 없이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처벌받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수의견은 “병역법에 정한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의 다섯 가지 병역 종류는 모두 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수의견은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병역자원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며 △이들을 처벌해도 교도소에 수감될 뿐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며, 대체복무제 도입 이후에도 국방력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복무 난이도와 복무 기간 등 현역복무와의 형평성을 확보하면 대체복무제 도입 이후에도 병역기피자 증가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대체복무제가 없는 지금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징역형이나 공무원 임용 제한, 취업 제한 등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의견은 “처벌보다 대체복무제가 안보와 공익 실현에 유익할 것이며, 국가·사회의 통합과 다양성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성·김이수·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처벌 조항인 병역법 88조에 대해서도 “병역 종류 조항의 위헌 여부는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병역 종류 조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한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 부분도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일부 위헌을 주장했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해 볼 때 형사처벌이 (병역거부에 대한) 예방효과를 가지지 못해 국가안보나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강일원·서기석 재판관은 앞서 4명의 재판관과 함께 병역 종류 조항의 헌법불합치 의견에 동조하면서도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며 합헌으로 판단했다. 부정한 병역기피를 처벌할 근거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그러면서도 “대체복무제가 없는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 따른 처벌에서 제외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금의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입법 불비와 법원의 법 해석에서 발생한 문제”이므로 “법원의 후속 조처”, 즉 무죄판결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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