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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까지 70년”…대체복무 길 연 사람들

등록 2018-06-28 16:07수정 2018-06-29 06:54

[헌재,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

이라크전 반대 병역거부 임재성씨
“없던 길 걸어갔던 사람들이
오늘의 결정 만들었다” 눈시울

1년6개월 처벌받은 백종건씨
“이제 변호사 재등록 신청할래요
국회가 조속히 대체입법 해야”

“사회 고령화로 중증 치매 늘어
대체복무 활용 큰 도움 될 것”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부 없는 병역법 헌법불일치 불합치 결정을 내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관련 인권단체들의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임재성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부 없는 병역법 헌법불일치 불합치 결정을 내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관련 인권단체들의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임재성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길이 없던 들판에서 길을 만들며 갔던 사람들, 그리고 같이 걸어간 사람이 오늘 결정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예외없이 형사 처벌하던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이 나온 28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한겨레>와 만난 임재성(38) 변호사는 붉어진 눈시울로 말했다. 스스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해 길을 냈던 임 변호사는 법률가로 살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돕고 있다. 고려대 법학과에 재학중이던 그는 이라크 전쟁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모습을 보며 병역거부를 결심했고, ‘정찰제 판결’에 따라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했다는 기록이 1950년부터 있어요.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가가 이들을 처벌해 온 거죠. 제가 2006년에 출소했는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받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변호하는 친구들이 감옥에 가지 않게 돼 그게 가장 기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재판이 진행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날 헌재 안팎에서 간절한 표정으로 결정을 기다렸다. 1950년 이후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1만9천여명 중 일부다.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던 백종건(34)씨는 조만간 대한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할 계획이다. 대한변협은 지난해 12월 변호사법의 변호사 결격사유(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뒤 집행이 5년 지나지 않은 자) 등을 들어 그의 변호사 등록을 거부했다. 백 변호사는 “처벌의 시대가 끝났으니 국회는 조속히 대체 입법을 해야 한다”며 “헌재의 결정문을 검토해 조만간 재심을 청구하고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4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앞둔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군대는 다녀왔지만 2014년부터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10여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 김형수(29)씨 등도 이날 헌재를 찾았다. 해당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홍씨는 “어떤 사람도 폭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신념으로 군대를 거부했다”며 “국회가 2019년 말까지 반드시 대체복무를 도입해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감옥행도 감수하는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비전투 형태의 복무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방법이 없어 아쉬웠다. 조속히 관련 입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체복무를 특혜라고 보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제도가 시행되면 그런 오해는 풀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 변호사는 “대체복무가 면제나 특혜일 거라는 인식이 있지만,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질 리 없다”며 “대체복무를 인정한 대만의 경우 대체복무가 기간이 길고 힘들어 정원 미달이 난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백 변호사는 “메르스 사태나 최근의 라돈 침대 사태 등 대체 복무자들이 동원될 일이 많다”며 “한국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중증 치매 환자 등도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대체복무를 활용한다면 국가적으로 이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헌재의 선고가 끝난 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주장해온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조속히 대체복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대 국회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체복무제가 참여정부 때 마련될 수 있었지만, 이후 남북이 대치하면서 논의가 사라졌다”며 “이제 한반도에 실질적 평화가 불어오고 있다. 국회는 이들의 양심을 보호하기 위해 군 복무 형태가 아닌 대체복무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한국은 지금까지 대체복무 제공하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으로 일관적으로 보낸 지구 상에 남은 유일한 나라”라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자 국제규약 당사국인 한국 정부는 청년들을 석방하고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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