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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입시 스트레스 푸는 ‘친구’인데 엄마는 “스마트폰 그만해”

등록 2014-01-07 20:13수정 2014-01-08 16:30

※ 클릭하면 이미지가 크게 보입니다.
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③ 입시 지옥의 ‘오아시스’
중학교 3학년 석민희(가명·16)양의 하루는 스마트폰으로 시작해서 스마트폰으로 끝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카카오톡을 확인한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집을 나서 학교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가는 40분 동안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를 확인하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온 연예인들 기사를 본다. 학교에 도착하면 스마트폰을 선생님에게 내야 하기 때문에 등굣길 내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저녁 8시께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까지는 다시 ‘스마트폰 몰입 타임’이다. 주말이나 방학 때는 이 시간이 하루 4~5시간으로 늘어난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만든 방, 스터디그룹 방, 2학년 때 친구들 방 등 5개의 단체 카톡방에서 번갈아 가며 ‘카톡카톡’ 알림이 울린다. 석양은 웹툰을 찾아보고, 카카오스토리도 한다. 석양은 “스마트폰은 없어선 안 되는 것 같아요. 친구들하고 연락할 수도 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찾아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곧 고등학교 올라가는데 공부에 방해가 되어서 걱정이긴 해요”라고 말했다. 석양이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서 제공하는 만 10~18살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자가진단’ 검사를 해본 결과,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 여학생은 카카오톡, 남학생은 게임 석양이 이례적인 ‘위험 사용자군’은 아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중고등학생 3000명을 조사해 2013년 11월 발표한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실태’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35.2%(1058명)가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청소년정책연구원이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중독자로 분류한 잠재적 위험군과 고위험군을 합친 학생은 여학생의 경우 42.6%(605명)였고, 남학생은 28.6%(453명)였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스마트폰 중독 위험에 노출된 정도가 14%포인트가량 높은 것이다.

이 연구 책임자인 이창호 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계를 중시하는 여학생들이 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빈도와 시간이 더 많아 중독률이 높게 나온다. 또한 스마트폰 소셜게임은 쉽고 랭킹 기능을 제공해 여학생의 스마트폰 게임 이용률이 남학생과 거의 비슷하게 나온 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남학생들은 스마트폰 중독률에선 여학생보다 낮지만 게임에는 더 빠져든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3 게임 과몰입 종합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초중고생 12만209명 중 게임 ‘과몰입군’ ‘과몰입 위험군’은 1.9%(2288명)였다. 여학생 중 ‘과몰입군’ ‘과몰입 위험군’은 0.7%(377명)인 반면, 남학생은 3.0%(1872명)로 비율상 4배 이상 많았다.

보성고 2학년 이정훈(가명)군은 스마트폰을 2년 전 중학 졸업선물로 받은 이후 날마다 4~5시간 쓴다. 이군은 “메이플스토리 등 주로 게임을 하는데 최근 카톡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새벽 2시에도 빠져 있는 카톡을 그만두는 유일한 방법은 삭제뿐이라고 판단한 까닭이다.

등굣길, 쉬는 시간, 틈날 때마다
게임·대화·검색하며 시선 못 떼
공부 압박 시달리는 고3
“스마트폰 할 때가 하루중 웃는 때”

스트레스 푸는 유일한 수단
‘학습 방해’ 요인이기도
“정보 취득 사용땐 중독률 떨어져
다양한 목적 쓰는 방법 지도해야”

중1 신성민(가명·15)군은 스마트폰을 “친구”라고 불렀다. 신군은 어머니와 함께 산다. 어머니는 아침 10시에 직장에 나가서 다음날 아침 7시에 들어온다. 혼자 남겨진 신군은 카카오톡 기반 게임인 ‘쿠키런’을 하면서 게임 세상을 달리고 달린다.

신군은 아침 7시40분에 일어나 학교에 걸어가는 10분 동안 쿠키런을 두 게임 정도 한다. 학교에선 쉬는 시간마다 게임을 한다. 수업시간에 게임 생각이 나서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도 많다. 신군의 성적은 반 32명 중 17등으로 중간 정도다. 수업을 마치고 지역아동센터에 갈 때도 게임을 한다. 스마트폰을 보고 걷다가 서 있는 차나 전봇대·사람에 부딪힐 때가 많다. 신호등이 빨간색이었는데도 횡단보도를 건너다 자동차 경적 소리에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다 밤 10시에 나와서 집에 가는 길에도 스마트폰을 본다. 새벽 1시에 잠이 들 때까지 2시간30분가량 게임을 한다. 주말엔 오후 1시쯤 일어나 컴퓨터로 10시간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신군은 “게임을 이토록 많이 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냥 게임을 계속하고 싶은 거죠. 막연하게”라고 답했다.

■ 입시지옥 속 ‘오아시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나는 주된 배경으로 치열한 입시 경쟁 체제가 지목된다. 부모와 교사가 스마트폰 사용 자제를 요구할 때도 ‘학습 방해’가 주된 명분이다. 스마트폰을 “시험 잘 보면…” “대학교만 가면…” 등 공부와 관련된 보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은 공부와만 관련된 도구가 아니다. 입시지옥의 오아시스이면서 세상을 보는 창이자, 스스로 항행할 수 있는 나의 세계다.

곧 고3이 되는 김경은(가명·18)양에게 스마트폰은 해방구이자 활력소다. 아침 8시까지 학교에 가서 공부하다 밤 11시에 돌아와서 엄마 스마트폰으로 30분 정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하는 것이 하루의 유일한 낙이다. 친구들이 올린 사진이나 웹툰을 보거나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김양은 “스마트폰은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에요. 학교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은 너무 짧아요. 스마트폰 할 때가 하루 딱 한번 웃는 때예요”라고 말했다.

책만 보던 눈을 들어 세상을 둘러보는 도구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대학생들은 뭘 하고 지내는지,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도 든다. 김양은 “우린 뉴스도 못 보고 살잖아요. 요즘 철도노조 파업 같은 소식도 전혀 모르다가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돼요. 고등학생이면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30분도 편치만은 않다. 30분이 넘어가면 엄마가 눈치를 주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곧 고3이란 생각에 스마트폰을 이젠 그만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억울하기도 하다. “스마트폰 좀 그만하라는 엄마 말을 들으면 스트레스를 풀 마지막 수단마저 빼앗기는 느낌이 들어요.”

이창호 연구위원은 “조사 결과를 보면 카톡·게임 같은 오락보다 지식 검색이나 생활정보 취득 등 생산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학생들은 중독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디어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좀더 다양한 목적으로 쓰는 방법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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