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③ 입시 지옥의 ‘오아시스’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③ 입시 지옥의 ‘오아시스’
게임·대화·검색하며 시선 못 떼
공부 압박 시달리는 고3
“스마트폰 할 때가 하루중 웃는 때” 스트레스 푸는 유일한 수단
‘학습 방해’ 요인이기도
“정보 취득 사용땐 중독률 떨어져
다양한 목적 쓰는 방법 지도해야” 중1 신성민(가명·15)군은 스마트폰을 “친구”라고 불렀다. 신군은 어머니와 함께 산다. 어머니는 아침 10시에 직장에 나가서 다음날 아침 7시에 들어온다. 혼자 남겨진 신군은 카카오톡 기반 게임인 ‘쿠키런’을 하면서 게임 세상을 달리고 달린다. 신군은 아침 7시40분에 일어나 학교에 걸어가는 10분 동안 쿠키런을 두 게임 정도 한다. 학교에선 쉬는 시간마다 게임을 한다. 수업시간에 게임 생각이 나서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도 많다. 신군의 성적은 반 32명 중 17등으로 중간 정도다. 수업을 마치고 지역아동센터에 갈 때도 게임을 한다. 스마트폰을 보고 걷다가 서 있는 차나 전봇대·사람에 부딪힐 때가 많다. 신호등이 빨간색이었는데도 횡단보도를 건너다 자동차 경적 소리에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다 밤 10시에 나와서 집에 가는 길에도 스마트폰을 본다. 새벽 1시에 잠이 들 때까지 2시간30분가량 게임을 한다. 주말엔 오후 1시쯤 일어나 컴퓨터로 10시간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신군은 “게임을 이토록 많이 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냥 게임을 계속하고 싶은 거죠. 막연하게”라고 답했다. ■ 입시지옥 속 ‘오아시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나는 주된 배경으로 치열한 입시 경쟁 체제가 지목된다. 부모와 교사가 스마트폰 사용 자제를 요구할 때도 ‘학습 방해’가 주된 명분이다. 스마트폰을 “시험 잘 보면…” “대학교만 가면…” 등 공부와 관련된 보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은 공부와만 관련된 도구가 아니다. 입시지옥의 오아시스이면서 세상을 보는 창이자, 스스로 항행할 수 있는 나의 세계다. 곧 고3이 되는 김경은(가명·18)양에게 스마트폰은 해방구이자 활력소다. 아침 8시까지 학교에 가서 공부하다 밤 11시에 돌아와서 엄마 스마트폰으로 30분 정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하는 것이 하루의 유일한 낙이다. 친구들이 올린 사진이나 웹툰을 보거나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김양은 “스마트폰은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에요. 학교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은 너무 짧아요. 스마트폰 할 때가 하루 딱 한번 웃는 때예요”라고 말했다. 책만 보던 눈을 들어 세상을 둘러보는 도구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대학생들은 뭘 하고 지내는지,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도 든다. 김양은 “우린 뉴스도 못 보고 살잖아요. 요즘 철도노조 파업 같은 소식도 전혀 모르다가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돼요. 고등학생이면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30분도 편치만은 않다. 30분이 넘어가면 엄마가 눈치를 주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곧 고3이란 생각에 스마트폰을 이젠 그만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억울하기도 하다. “스마트폰 좀 그만하라는 엄마 말을 들으면 스트레스를 풀 마지막 수단마저 빼앗기는 느낌이 들어요.” 이창호 연구위원은 “조사 결과를 보면 카톡·게임 같은 오락보다 지식 검색이나 생활정보 취득 등 생산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학생들은 중독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디어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좀더 다양한 목적으로 쓰는 방법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