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육, 이럴 때 이렇게
“친구들 중 나만 없어요. 카톡도 못해요. 나도 스마트폰으로 바꿔주세요.”
스마트폰을 사달라는 자녀 요청 앞에서 부모들의 고민이 깊다. 부모로서는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최대한 미루고 싶지만, 대세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특히 자녀가 사춘기인 경우에는 더 난감하다. 교육부가 지난해 7월 전국 1만1410개 초·중·고교 학생 628만여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보유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69.1%로 나타났다. 이미 반년 전에 중학생 85.1%, 고등학생 83.7%를 기록했고, 초등학생도 48.8%가 쓰고 있다.
자녀가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 가족내 소통이 늘어나기보다 스마트폰 과다사용을 놓고 새로운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자녀와 스마트폰 구입 전에 충분히 대화하고 나름의 규칙을 정해놓지 않으면 감정적 대립을 넘어 마찰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부모가 강압적으로 나서면 갈등은 악화된다.
스마트폰을 입학이나 생일 기념 ‘선물’로 준 뒤, 뒤늦게 과다사용을 이유로 통제하려 들면 이미 늦다. 구입 전에 자녀와 충분히 대화하고, 이후 상황에 대해서 서로가 동의하는 상세한 규칙을 만들어서 지키려고 해야 효과가 있다.
가정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24시간 스마트폰에 빠져 있지 않으려면 사용자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을 잠자리나 식탁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은 규칙이다. 스마트폰을 시계나 기상알림용으로 쓰다 보면 잠자리에 갖고 가기 마련이다. 밤 10시 이후를 ‘스마트폰 취침시간’으로 정해 가족 모두가 스마트폰을 거실 한 곳에 보관하는 것도 잠자리에서 사용을 막는 방법이다.
쉴새없이 메시지 확인을 요구하는 카카오톡 등 각종 앱의 알림을 비활성화하거나 무음으로 해놓고 나중에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걸어가면서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사용 규칙을 어겼을 때는 잘못에 대해 명확하게 얘기하고 미리 정한 벌칙을 시행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 스마트폰의 문자와 인터넷 사용 한도를 설정하고 유해 콘텐츠 실행과 성인사이트 방문 등을 모니터링·차단할 수 있는 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통신3사가 공동 개발해 서비스 중인 ‘스마트 보안관’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자녀가 금세 성장하는 상황에서 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못 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만든 뒤엔 부모도 불편하지만 규칙을 성실히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부모는 스마트폰을 자유로이 쓰면서 자녀만 통제하려 해서는 안 통한다.
또한 스마트폰을 자기 책임 아래 쓸 수 있도록, 요금도 부모가 내주는 대신 자녀에게 통신비를 포함한 용돈을 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 설계하고 지출하도록 하는 게 좋다. 자녀가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 부모 역시 디지털 기술과 문화에 대해 부지런히 학습해야 자녀와의 소통이 가능하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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