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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카톡방에 불러 단체로 욕설…스마트폰 따돌림 ‘사이버 불링’

등록 2014-01-07 20:09수정 2014-03-06 20:46

인터넷상으로 번진 청소년 일탈
스마트폰 사용 규제론 해결 못해
가족과 또래집단 사이 소통 필요
“사이가 안 좋은 애들이 있었는데, 저를 카카오톡으로 초대해서 욕을 하더라고요. ‘×××아, 네가 ○○한테 욕을 했는데. 네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냐’면서 단체로 욕을 해요. 한 다섯명 정도가. 저는 ‘나 안 그랬다’ 하면서 그냥 카톡방을 나갔어요.”(중3 여학생)

“친구한테 3000원가량을 빌렸는데 그 친구가 카카오스토리에다 ‘돈을 빌려가고 안 갚으면 그것도 갈취 아니냐’고 올렸어요. 그 친구한테 학생회 친구가 있나 봐요. 학생회 친구가 그 글에 ‘그런 것도 금품 갈취야’라고 댓글을 달았어요. 그 친구가 저한테 직접적으로 말을 안 하니까 다른 애들도 제 얘기에 저를 욕하는 댓글을 달아서 기분이 나빴어요.”(중3 여학생·청소년정책연구원 인터뷰 인용)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이번주에 발표하는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청소년 보호 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전국 중고생 3000명 중 6.2%가 스마트폰을 통해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라고 하는데,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괴롭히려는 학생을 초대한 뒤에 여러 명이 동시에 심한 욕설을 퍼붓거나 여러 학생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특정 학생을 언급하면서 험담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소년들이 사이버상에서 상대방을 괴롭히는 현상은 기본적으로 청소년기의 특성인 불안정성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감을 찾기 위해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이나 상대를 차별하는 것이다. 남학생은 자신이 어떻게 여학생과 다른지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식이다. 왕따는 이런 차별의 극단적인 형태다. 장근영 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이버 불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사실 사이버는 도구일 뿐이고 왕따는 청소년기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학교가 경쟁을 조장하고 부모가 자녀를 비교하는 강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차별하는 강도도 더 세진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사이버 불링 등으로 나타나는 청소년의 일탈을 스마트폰 사용 제한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16살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 이용제도’(강제적 게임 셧다운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게임중독법)도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중독 유발 물질로 규정하고 정부가 관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어 청소년의 스마트폰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소통 확대와 비인간적 경쟁 환경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족과 또래집단 사이에서 더 많은 소통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장 연구위원은 “오히려 피해자 입장에선 스마트폰으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할 것이 아니라 사이버 불링 때 대응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근본적으론 부모나 교사가 학생을 비교하고 차별하지 않아야 사이버 왕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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