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건물들이 몰려 있어 이른바 ‘삼성 타운’이라 불리는 서울 중구 태평로의 삼성생명빌딩, 삼성 본관, 태평로빌딩(왼쪽부터) 주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창사 첫 내부자 폭로…그룹 수뇌부 여론파장 촉각
“삼성 조직문화서 있기 힘든 일 터져” 배신감 토로
기자회견 사전 감지 인맥 총동원 김변호사 접촉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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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사전 감지 인맥 총동원 김변호사 접촉 시도
“삼성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은 삼성을 발칵 뒤집어놨다. 창사 이래 내부자의 첫 비리 폭로이자, 그것도 전 그룹 핵심 수뇌부의 증언이다. 이른바 ‘관리의 삼성’을 자부해 온 삼성으로선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29일 아침 서울 제기동성당의 기자회견장에는 그룹 직원 2∼3명이 파견돼 분위기를 탐지했고, 수뇌부들은 여론의 파장을 최소화하느라 하루 종일 부산했다.
무엇보다 삼성은 일종의 ‘배신감’에 휩싸여 있다. 그룹 전략기획실의 한 임원은 “(폭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삼성의 핵심 중의 핵심인 전직 법무팀장이 입을 연 것 자체가 충격스럽다”며 “우리 조직 문화에서 있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아내가 밖에서 내 욕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었을 때와 비슷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김 변호사의 ‘도덕성’을 문제삼는 격앙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홍보기획팀의 한 임원은 “김 변호사가 재직 시절 100억원대의 수입을 챙겼고, 퇴직 후에는 전직 임원 예우 프로그램에 따라 지난 9월까지 3년 동안 매달 2천만원을 받아 왔다”며 “(김 변호사가) 공동 개업한 법무법인에서 밀려나고 삼성의 지원이 끊긴 뒤에 이런 폭로가 나왔는데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임원은 “김 변호사의 부인이 몇달 전부터 삼성을 비방하는 투서를 요로에 냈다”며 “3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 시점에서 입을 연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일부 임직원들은 “가정사에 문제가 있다”, “돌출적 성격이다”라는 등의 감정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대부분 ‘카더라’ 수준”이라며 무시하거나 깎아내렸다.
삼성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번 일이 삼성 안팎에 끼칠 파장에 대한 걱정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삼성은 김 변호사의 ‘결심’을 막기 위해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왔다.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 사실을 감지한 직후부터 그룹 인맥을 총동원해 그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김 변호사는 <한겨레>에 “삼성이 (기자회견 직전에) 검찰 시절 선후배는 물론 친분 있는 공무원까지 온갖 끈을 동원해 접촉을 시도해 왔다”고 말했다. 그룹 최고위층인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사장(전략지원팀장)이 직접 그의 집을 찾기도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의 해명처럼 단순히 개인간 돈거래라면 그룹 수뇌부가 그를 만나려 안달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이런 행위 자체가 스스로 불법 행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김 변호사를 만나려 한 것은) 도대체 김 변호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일단 들어보기 위한 것뿐이었다”며 “그를 회유하거나 그와 거래를 시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재로선 삼성이 당장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삼성은 특히 국민적 신뢰가 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이례적으로 삼성을 강한 톤으로 비판한 점을 껄끄러워하고 있다. 그룹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김 변호사가 일부 계열사의 분식회계 문제와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서도 거론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로선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추가 (폭로) 내용을 보고 대응 수위를 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천주교 사제단이 나선데다 김 변호사가 추가 폭로를 예고한 만큼, 좀더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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