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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 “김 변호사 이름 계좌 있지만, 동료임원이 제3자 부탁받고 거래”

등록 2007-10-29 21:04수정 2007-11-03 14:08

삼성그룹은 29일 삼성이 자신의 차명계좌로 비자금 일부를 관리해왔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김 변호사가 공개한 계좌와 돈은 “삼성과 관계 없는 개인간 거래”라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의 이런 해명은 김 변호사가 사제단의 기자회견에 앞서 <한겨레>에 밝힌 내용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 “명의 도용” 대 “합의 차명” =삼성은 김 변호사가 공개한 네 금융기관 계좌의 존재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 계좌가 삼성이 관리해 온 비자금용 차명계좌라는 의혹은 강력히 부인했다. 삼성은 이날 “김 변호사 이름의 한 계좌에 50억원이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동료 임원이 ‘돈을 굴려 달라’는 제3자의 부탁을 받고 김용철 변호사 이름으로 차명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차명거래 또한 김 변호사와 동료간의 합의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다른 세 계좌들은 “서로 연계된 연결계좌로 사실상 한덩어리”라는 요지로 해명했다.

삼성이 자신도 모르게 계좌를 만들어 비자금 관리나 자금 세탁용으로 활용했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이런 해명에 대해 김 변호사는 “올 7월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뒤 8월 초 재발급받았는데도 (내 동의 없이 내 이름으로) 개설한 계좌가 있는 걸 보면, (삼성 쪽에서) 과거 내가 그룹에 제출한 주민등록증 복사본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은행 지점에 확인해 보니 이른바 ‘보안 계좌’로 분류돼 명의자인 나도 계좌 접근이 불가능했다. 일부 계좌는 삼성 쪽에서 서둘러 조처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에 삼성은 “금융기관이 협조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비상식적인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 돈 주인, 계좌 주인은 누구? =삼성은 문제의 계좌는 “개인적 거래 용도”라고 해명했다. 또 실제 돈 주인은 ‘돈을 불려 달라’고 부탁한 외부인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차원에서 운영해 온 계좌가 아니며, 돈의 실제 주인도 회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외부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계좌의 존재와 운영 사실을 부인할 수 없으니, 개인을 내세워 ‘희생양’을 만드는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반박했다.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관리 사실을 감추려 일종의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차명계좌는 분산 예치를 통해 세금을 줄이려는 것인데, 문제의 계좌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연간 이자소득 4천만원 이상)를 훨씬 웃도는 이자소득이 발생했다. 차명계좌를 만든 실익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문제 계좌의 주인이 “재무팀의 한 임원”이라는 해명도 석연찮다. 삼성 설명대로라면, 그룹의 재무담당 임원이 불법으로 차명까지 동원해 남의 재테크를 도와 줬다는 얘기가 된다. 삼성이 이 정도로 내부통제가 느슨한 조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그룹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당사자로부터 차명거래를 하게 된 동기와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신분과 거래 내역을 공개해도 되는지 법률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 수사로 가면 돈의 실제 주인과 돈의 출처는 명백히 가려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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