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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삼성 비자금 실체 철저히 규명해야

등록 2007-10-29 19:25수정 2007-11-03 14:07

사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로 개편)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쪽이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차명계좌를 통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고 폭로했다. 자기 이름으로 돼 있는 차명계좌가 넷이나 된다는 사실을 들어, 다른 전현직 임원 명의로 된 것까지 합하면 삼성이 관리하는 차명계좌가 1천여개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 개인 차원의 문제’라며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본인도 모르게 차명계좌를 네 개나 만들어 수십억원을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는 개인이 있을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김 변호사는 삼성 구조본의 핵심 요직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가 양심선언을 한 이상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규명해야 할 것이다.

비자금이란 기업들이 회계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뒤로 빼돌린 돈이다. 그 자체로도 불법이지만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등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각종 비리와 부패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 곳곳이 이전보다 훨씬 투명해졌음에도 재벌기업들의 비자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현대차와 두산 사태에서 봤듯이 많은 재벌기업들이 아직도 각종 불법과 탈법을 일삼으면서 비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삼성 역시 비자금에 대한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김 변호사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 이상 검찰의 수사는 불가피하다. 차명계좌를 통한 자금 흐름을 추적한다면 비자금의 실체를 쉽게 밝혀낼 수도 있다. 관건은 검찰의 의지다. 검찰은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때 삼성이 무기명 채권을 이용해 수백억원의 자금을 관리해 온 사실을 밝혀내고도 이건희 회장 개인 자금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했다. 2006년 삼성 엑스파일 때 다시 비자금 의혹이 불거졌으나 불법 녹취록이란 이유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삼성 비자금의 규모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 실제로 삼성이 사회 각계각층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돈의 규모는 상상을 넘는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그 많은 돈이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김 변호사는 한 주간지와 벌인 인터뷰에서 삼성에 있었던 기간을 지칭하면서 ‘나는 중요 범죄 업무 종사자였다’고까지 말했다. 국민은 그 말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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