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실태 밝혀야” / 김영식 신부(가운데) 등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신부들이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증언한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및 차명계좌 실태를 밝히고 있다. 사제단의 보호를 받고 있는 김 변호사는 회견장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회견에는 사제단 고문인 함세웅 신부(뒷줄 오른쪽 두번째)도 참석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정의구현사제단, 전 법무팀장 김용철씨 고백 근거 수사 촉구
“본인 동의없이 차명계좌 4개 만들어”
삼성 “그룹과 무관한 제3자의 개인돈” 삼성그룹이 전직 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 간부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은 29일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밝히고, 검찰에 즉각 삼성그룹 비자금 전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사제단은 전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과 관련 자료를 토대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에 2006년 1억8천여만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했는데, 이를 연이율 4.5%로 계산하면 예금액은 50억원대로 추정된다”며 “이 계좌가 본인 동의 없이 만들어졌고, 보안계좌로 분류돼 본인이 요청해도 거래내역과 계좌번호 조회가 불가능한 것을 볼 때 이 돈은 회사의 비자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이 밖에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 1002-301-722068, 1002-635-117357, 신한굿모닝증권 도곡지점 012-01-112××× 등 김 변호사 명의의 차명계좌 세 개도 공개했다. 사제단은 “이 가운데 한 계좌는 지난 8월27일 17억원이 입금돼 다음날 ‘삼성국공채 신매수’ 자금으로 곧바로 인출되는 등 돈세탁에 이용된 흔적도 있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그룹 계열사 사장단과 재무담당 임원, 전략기획실 임직원 등의 차명계좌가 1천여개에 이른다는 김 변호사의 증언을 고려하면 비자금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총선과 대선 때 불법 정치자금으로 제공되거나,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고위관리와 판·검사, 언론인 등에게 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 변호사는 지난 2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쪽이 입사 때 제출한 내 주민등록증 복사본과 임의로 만든 도장을 이용해 수시로 계좌를 만들거나 없앴다”며 “실제로 구조본 재무팀에 있을 때 차명계좌 개설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막도장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앞으로 삼성 에버랜드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증거조작과 위증교사, 계열사 회계 분식, 이건희 회장 일가의 회사자금 유용 등 삼성 관련 비리 의혹을 추가로 폭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1997년부터 7년 동안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과 법무팀에서 일했으며, 삼성에서 퇴사한 2004년 말부터 최근까지 법무법인 서정에서 일해 왔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확인 결과 김 변호사 차명계좌에 50억원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돈은 삼성그룹과 관계없는 제3자의 개인 돈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룹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김 변호사가 삼성 재직 당시 동료에게 차명계좌를 빌려줬고, 이 동료가 외부 재력가로부터 돈을 위탁받아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계좌 주인인 삼성 임원과 돈을 맡긴 외부인의 신분을 공개할 수 있는지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의 실제 주인과 계좌의 성격은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검 중앙수사부는 이날 사제단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이춘재 김회승 기자 cjlee@hani.co.kr
삼성 “그룹과 무관한 제3자의 개인돈” 삼성그룹이 전직 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 간부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은 29일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밝히고, 검찰에 즉각 삼성그룹 비자금 전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사제단은 전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과 관련 자료를 토대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에 2006년 1억8천여만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했는데, 이를 연이율 4.5%로 계산하면 예금액은 50억원대로 추정된다”며 “이 계좌가 본인 동의 없이 만들어졌고, 보안계좌로 분류돼 본인이 요청해도 거래내역과 계좌번호 조회가 불가능한 것을 볼 때 이 돈은 회사의 비자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이 밖에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 1002-301-722068, 1002-635-117357, 신한굿모닝증권 도곡지점 012-01-112××× 등 김 변호사 명의의 차명계좌 세 개도 공개했다. 사제단은 “이 가운데 한 계좌는 지난 8월27일 17억원이 입금돼 다음날 ‘삼성국공채 신매수’ 자금으로 곧바로 인출되는 등 돈세탁에 이용된 흔적도 있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그룹 계열사 사장단과 재무담당 임원, 전략기획실 임직원 등의 차명계좌가 1천여개에 이른다는 김 변호사의 증언을 고려하면 비자금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총선과 대선 때 불법 정치자금으로 제공되거나,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고위관리와 판·검사, 언론인 등에게 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 변호사는 지난 2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쪽이 입사 때 제출한 내 주민등록증 복사본과 임의로 만든 도장을 이용해 수시로 계좌를 만들거나 없앴다”며 “실제로 구조본 재무팀에 있을 때 차명계좌 개설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막도장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앞으로 삼성 에버랜드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증거조작과 위증교사, 계열사 회계 분식, 이건희 회장 일가의 회사자금 유용 등 삼성 관련 비리 의혹을 추가로 폭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1997년부터 7년 동안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과 법무팀에서 일했으며, 삼성에서 퇴사한 2004년 말부터 최근까지 법무법인 서정에서 일해 왔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확인 결과 김 변호사 차명계좌에 50억원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돈은 삼성그룹과 관계없는 제3자의 개인 돈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룹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김 변호사가 삼성 재직 당시 동료에게 차명계좌를 빌려줬고, 이 동료가 외부 재력가로부터 돈을 위탁받아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계좌 주인인 삼성 임원과 돈을 맡긴 외부인의 신분을 공개할 수 있는지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의 실제 주인과 계좌의 성격은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검 중앙수사부는 이날 사제단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이춘재 김회승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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