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위, 판사 실명 31일 공개 이강국 헌재소장도 포함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전·현직 고위법관 상당수가 “실정법을 적용했을 뿐”이라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하지만, 당시 용기를 내어 무죄 판결을 내리고 불이익까지 감수한 판사들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한겨레>가 입수한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분석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영구 변호사(74·당시 서울지법 영등포지원 부장판사)는 76년 수업 중 정권을 비방한 혐의(긴급조치 9호 및 반공법 위반)로 기소된 한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양영태 변호사(67·당시 광주고법 판사)는 75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비방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한 농민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그해 말 지방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고 한 달 만에 스스로 법복을 벗었다. 양 변호사도 그해 말 다른 동기들과는 달리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발령이 나지 않았고, 고등법원에 2년 정도 더 있어야 했다.
한편, 진실과화해위원회는 31일 대통령과 국회 정기보고 때 긴급조치 위반사건 589건의 판결 내용과 이에 참여한 법관 492명의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 명단에는 이강국(62·사시 8회) 헌법재판소장도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헌재소장은 의정부지원 배석판사로 있을 때인 75년 축산업을 하던 김아무개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방한 혐의(유언비어 날조 유포)로 기소된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2년 동안 4건의 재판에 참여했다.
전종휘 이춘재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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