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에 참여했던 전직 법관들은 대부분 당시 판결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렸고, 일부는 판결 내용과 법관 실명을 공개하는 데 반발하는 모습도 보였다.
우선 당시와 지금의 사회 분위기가 다르다는 ‘상황 논리’를 펴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1970년대 고등법원 형사부장을 지낸 김아무개 변호사는 “긴급조치 당시는 모든 것이 통제된 상황이라 소신대로 판결하려고 해도 어려웠다”며 “긴급조치도 법령이어서 그대로 적용했지만 될 수 있으면 양형을 내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지법원장을 지낸 오아무개 변호사는 “지금 사회 상황으로 당시 판결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판사의 실명 공개로 개인에게 망신을 주거나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판결이 떳떳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김아무개 변호사는 “오래돼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실정법을 좇아서 원칙대로 했다”며 “판결을 내릴 때 판결에 대한 압력 같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양심에 따른 판결이었다는 것이다.
지법원장을 지내고 개업한 전아무개 변호사도 “하나의 법처럼 시행된 긴급조치에 따라 그대로 판결했을 뿐”이라며 “지금 와서 왈가왈부할 것 없다”고 언급 자체를 꺼렸다. 고법원장을 역임한 이아무개 변호사 또한 “당시 헌법에 따르면 그때 내린 판결은 합헌”이라며 “이제 와서 그때 내린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전종휘 기자, 이완 정옥재 신소영 수습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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