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선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궐기대회가 17일 오후 2시 광명 실내체육관 앞 광장에서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미영 기자
[현장] 이효선시장 호남인 모독 항의…삭발식도
“국민소환 대상 1호 이효선 시장! 광명시민 창피하다.” “잘못 뽑았다 이효선, 불량품 광명시장, 광명시민들만 괴롭다.”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안된다고? 누가 우리 부모·형제를 욕보였느냐! 왜 안되는지 보여주겠다!” “시장님! 고향이 전라도라 죄송합니다.” 분노한 전라도민과 광명시민들이 17일 한자리에 모였다.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안돼” “활발한 성생활을 위해” 등 호남 비하 및 성희롱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효선 광명시장의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17일 오후 2시, 광명 실내체육관 광장 앞에 한여름 따가운 햇볕아래 5천여명이 모여들었다. 참가자마다 한 손에는 각 지역 호남향우회에서 준비한 피켓을, 다른 한 손에는 ‘망국적 지역차별 성희롱, 이효선 광명시장 즉각 사퇴하라’ ‘지역갈등 조장하는 불량품 광명시장 물러가라’ 등의 구호가 적힌 부채가 들려 있었다. 행사장 주변에는 곳곳에 펼침막도 내걸렸다. 특히 이 시장의 발언에 항의하며 광명시와의 우호교류협정을 파기한 파기한 전남 고흥군과 고흥군의회는 “고흥군 향우는 지역비하 발언에 분노한다”, “호남인 비하발언 이효선 광명시장은 각성하라”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먼길을 달려온 송경석 고흥군의회 의장은 “호남비하 발언은 지역감정 해소 차원에서도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행위”라며 “8년간 맺어온 우호교류협정을 파기한 것은 특정지역에 국한되는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라 호남인 비하, 지역갈등 조장 행위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실추된 호남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효선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궐기대회가 17일 오후 2시 광명 실내체육관 앞 광장에서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미영 기자
전남 고흥군의회, 우호협력 파기하고 집회 참가…망언 항의 삭발식도 3시30분께 ‘이효선 광명시장 호남인 모독망언 규탄 국민통합 궐기대회’가 시작됐다. 주변 그늘에 모여 초청가수의 노래를 듣던 참석자들도 하나둘씩 무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를 비롯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은 이날 이 시장의 사퇴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1400만 호남인들은 이효선 광명시장과 같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일부 세력들이 개인의 사복을 위해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감정 타파를 위한 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영호 전국호남향우회 회장은 대회사에서 “이효선 광명시장은 즉각 대한민국을 떠나야 한다”며 “호남의 민족정신과 시대정신으로 망국병인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자“고 주장했다. 이철호 광명시 호남향우회연합회장(비대위 위원장)은 “호남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 시장이 한나라당을 탈당했다고 해서 국민의 징계가 끝난 것이 아니다”며 “이 시장의 망언은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위한 전 국민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반국가적.반사회적 행위인만큼 35만 광명시민과 국민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 시장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 발대식과 이 시장 사퇴 및 한나라당 공개 사과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과 국민통합 대국민 호소문을 채택했다. 20명의 1인 시위 참가자들은 앞으로 광명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효선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궐기대회가 17일 오후 2시 광명 실내체육관 앞 광장에서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본행사 시작에 앞서 이석의 대회 본부장과 노수길 비대위 홍보2국장은 삭발을 했다. 김미영 기자
여성 참가자 “이 시장 멱살을 잡고 흔들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 대회에 앞서 이석의 대회 본부장과 노수길 비대위 홍보2국장은 이 시장의 망언에 항의하는 삭발식을 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온 이종연(50)씨는 “광명시장의 발언을 접하고 격분, 호남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모든 일을 작파하고 이곳에 왔다”며 “단체장이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는 호남인이 아니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호남인이자 광명시민인 조성주(49)씨는 “시장으로 막말을 한 광명시장은 한마디로 자질이 없다”며 “물러나지 않으면 우리의 힘으로 옷을 벗기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하태모(46)씨는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시장처럼 발언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말실수를 했더라도 제정신이라면 이후 진솔하게 사과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의 성희롱 발언에 여성 참가자들의 분노도 더 컸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이정자(45)씨는 “호남인·여성으로서 긍지를 안고 살아왔는데, 있을 수 없는 발언이 나왔다”며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다.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경기도 포천에서 온 이정숙(48)씨도 “이 시장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도 분이 풀릴 것 같지 않다”며 “사퇴뿐 아니라 이 나라를 떠나고 싶도록 괴롭혀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효선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궐기대회가 17일 오후 2시 광명 실내체육관 앞 광장에서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미영 기자
이효선 시장 “일로 승부하겠다” 사퇴 요구 일축 이 시장은 지난달 12일 시의원 등과의 점심 자리에서 전 시장의 인사권 행사를 두고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안된다”고 말해 같은달 24일 한나라당에서 당원권 1년 정지와 탈당권유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징계 지난달 6일 지역 여성 통장들과의 점심자리에서 “가정이 화목해야 밖에서도 일이 잘 된다”며 “활발한 성생활을 위하여”라고 성희롱적인 건배사를 한 사실과 같은달 20일 전남 영암군과의 자매결연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실이 잇따라 보도되었다. 파문이 커져 한나라당이 추가로 징계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 시장은 지난 3일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이 시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사과했지만, 사퇴 요구는 갈수록 거세졌다. 반면 이 시장은 시장직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일로 승부하고 싶다.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일축해왔다.
이효선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궐기대회가 17일 오후 2시 광명 실내체육관 앞 광장에서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미영 기자
행사는 5시30분께 끝났지만, “광명시청까지 가야 한다”, “이 시장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참석자들은 해산하지 않은 채 거리로 진출, 철산역앞 삼거리까지 600여미터 거리행진을 벌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광명시청쪽으로의 진입을 막는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으며, 6시께 대부분 자진 해산했다. 몇몇 참가자는 “광명시청으로 가야 한다. 지방에서 힘들게 올라왔는데, 이렇게 성과없이 내려갈 수는 없다”며 “비대위가 너무 시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효선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궐기대회가 17일 오후 2시 광명 실내체육관 앞 광장에서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경찰이 광명시청으로 가는 길목을 막자 참가자들이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참가자들 “광명시가 의도적으로 행사 방해” 성토 한편, 이날 궐기대회 행사를 광명시가 방해하고, 광명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비난글을 삭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효선 시장 퇴진촉구 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이 시장이 광명시 공무원을 동원해 행사를 방해했다”며 “궐기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길거리에 부착한 현수막과 포스터를 시청 공무원들이 떼어냈다”고 주장했다. 또 사전에 하안북초등학교와 하안북중학교에 양해를 얻어 주차장으로 쓰기로 했으나 하루 만에 ‘불허’ 통보를 한 것이나 시청 앞까지 거리행진을 막은 것도 행사를 방해하기 위한 광명시의 입김이 들어간 것이라고 성토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광명시가 행사 홍보 현수막과 벽보를 하나도 남김 없이 철거했다”며 “심지어 지정 게시판이나 잘 떼어지지 않는 벽보에는 페인트칠까지 해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광명시의 게시물 부착 불허방침 이후 비어 있는 게시대가 없어 부득이하게 도로변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 현수막을 내걸었다”며 “도로변에 걸린 현수막을 떼어간 것은 그렇다 해도 관리소장이나 자치회 회장에게 양해를 얻어 설치한 현수막까지 철거한 것은 명백하게 행사를 방해하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또 광명시는 지난 8일부터 홈페이지 ‘광명시에 바란다’ ‘시장에게 바란다’ ‘유머게시판’ 등에 올라온 이 시장의 비판글을 “게시판 운영 목적과 관계없는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이라는 이유로 삭제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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