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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호남비하’시장 이번엔 ‘호남과 자매결연’ 일방파기

등록 2006-08-01 16:54수정 2006-08-01 18:19

이효선 시장이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김동철 시의원의 의회모독 신상발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이 시장이 이 자리에서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광명지역신문 제공
이효선 시장이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김동철 시의원의 의회모독 신상발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이 시장이 이 자리에서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광명지역신문 제공
여성들 상대로 성적 수치심 자극발언도 “자질 의심”
‘호남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효선 광명시장이 이번엔 전남 영암군과 광명시간의 자매결연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 알려져, 또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비하 발언이 알려져 지난달 24일 한나라당으로부터 탈당 권유를 받고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이 시장의 발언에 이어 영암군과의 일방적 자매결연 파기는 “호남인을 의도적으로 고립시려는 행위”라는 지역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한편 이 시장은 문제 발언에 대해 진실된 사과보다 “언론에 의해 왜곡됐다”고 되받아치는 가운데 이 시장이 여성들을 상대로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시장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고 있다.

◇ 이 시장, 영암군수에 전화 걸어 “자매결연 파기하겠다” 통보

이 시장은 지난달 20일 김일태 영암군수에 전화를 걸어 “92년부터 광명시와 영암군이 자매결연을 했으나 실적이 없으니 그만두자”고 일방적인 파기통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매결연 협정이나 파기의 경우 실무진의 검토와 시민들의 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진행해야 함에도 시장이 독단적으로 파기 결정을 한 것이다. 더욱이 이 ‘자매결연 파기’ 일방통보는 지난달 12일 이 시장의 호남비하 발언 이후 8일 만에 나온 것이다.

나상성 광명시의회 의원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사실을 확인한 뒤 “시가 자매결연을 맺고 파기하는 문제는 시장이 마음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절차가 있어야 하는 일인데도 아무리 절차를 몰랐다고 하지만 영암군수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것은 영암군수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일주일전의 호남비하 발언으로 여론이 시끄러운 와중에 이런 행동을 취했다는 것 자체가 전라도민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24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을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없다. 시장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암과의 자매결연을 파기하는 대신 같은당 소속 구본신 광명시의회 부의장의 고향인 충남 당진과 자매결연을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이는 한나라당 소속 시장과 시의원들이 사전에 합의해 그쪽 쌀을 팔아주기 위해 그런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의 호남 말살정책이 표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호남인을 전라도놈라고 표현할 정도로 호남인을 무시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해 놓은 것도 모자라 자매결연까지 파기해 이제와 언론이 발언을 왜곡했다고 하는 것은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수장으로서의 자질 미숙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자매결연 건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13명 가운데 9명이나 돼 사실상 의회 안에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전남 영암군청 관계자는 1일 “이효선 광명시장이 군수께 직접 전화를 걸어 자매결연 실적이 없으니 끝내면 어떻겠냐는 뜻을 전했고, 군수가 ‘알아서 하라’고 답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매결연이라는 것은 시장이나 군수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파기 절차를 밟지 않고 있으며, 영암군 입장에서는 자매결연을 계속 이어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상성 의원이 광명시, 광명시의회 자매결연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의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한 후 이효선 시장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광명지역신문 제공
나상성 의원이 광명시, 광명시의회 자매결연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의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한 후 이효선 시장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광명지역신문 제공

◇ 이 시장, 호남인 자극 발언은 왜?

이효선 시장의 영암군과의 자매결연 파기가 광명시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절차의 일방성만이 아니라, 호남에 대한 이 시장의 일련의 ‘감정적 발언’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비하 발언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2일 이 시장은 하안2동 순시 도중 오찬자리에서 김동철 광명시의회 의원이 전국의 사립학교 비율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시의원이 그것도 모르냐.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어떻게 시의원이 되었어?”라고 힐난한 뒤 기분이 상한 김 의원이 자리를 뜨자 김 의원의 고향이 전북 김제임을 확인하고 나서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욕을 먹어”라고 발언했다고 당시 참석자는 말했다.

이 시장의 호남비하 발언은 이날만이 아니었다. <광명지역신문>은 이 시장이 지난달 13, 14일 자사 기자와 광명시 호남향우회와의 전화통화에서 “백재현 전임시장이 내가 취임하기 직전 공무원을 잘못 승진시킨 일 등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내가 전라도 놈들은 그래서 욕을 먹는다고 했다. 그런 말도 못하느냐”, “전임 시장이 호남사람이기 때문에 호남사람들은 그래서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당신 같으면 그렇게 말하지 않겠느냐”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이 시장이 지난 19일 애향장학회 임원 개편 및 간담회에서도 “12일 전임시장의 부당한 인사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전라도 사람들은 욕을 먹는다고 말했는데, 그쪽 사람들하고는 무서워서 말도 못하겠다”고 보도했다.

◇ 정치권·호남향우회 “지역감정 조장, 이 시장 소환해야”

이에 호남향우회를 비롯해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과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시장의 망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상태다. 우리당 이규의 부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이효선 광명시장의 이러한 돌출행동은 호남인들과 국민 모두의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며 “지역차별의 망언과 행동을 서슴없이 일삼아 끊임없이 국민 분열과 사회갈등을 야기시키는 퇴물 정치인에게 온정이란 가당치 않고 반드시 응징된다는 국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이 시장의 자진사퇴와 한나라당 대표의 공개 사죄를 촉구했다. 호남향우회 등 3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명시장 사퇴 촉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오후 3시 광명시청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명시장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동철 의원도 “정당에서 공개 출당을 권유받는 시장이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시의회 의원에게 함부로 폭언을 일삼는 것은 시의회에 대한 모독이며, 32만 광명시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거칠고 안하무인격인 말을 쏟아내는 이효선 시장은 광명시 발전을 위해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명시청(gm.go.kr) 홈페이지에는 연일 이 시장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종섭씨는 “광명시장이 내가 속한 고향을 조롱하고 모욕한 것을 참을 수 없다”며 “사퇴하라”고 촉구했고, 최현준씨는 “호남비하와 지역감정 자급, 성희롱 발언 등 취임 1달도 되지않은 이 시장은 광명의 수치이며,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며 “본인 스스로 조속히 거취를 결정하라”고 이 시장을 압박했다.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연 비대위도 1인 시위와 대규모 범국민 규탄대회(17일)를 열기로 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또 주민들은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누리꾼도 <미디어다음>에 ‘전라도 비하 발언한 광명시장은 사퇴하라’ 서명운동에 돌입, 1일 현재 2799명이 참여한 상태다.

나상성 의원이 광명시, 광명시의회 자매결연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의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한 후 이효선 시장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광명지역신문 제공
나상성 의원이 광명시, 광명시의회 자매결연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의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한 후 이효선 시장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광명지역신문 제공

◇ 여성통장들 앞에선 “활발한 성생활을 위해 건배!”

이 시장은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발언으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나상성 의원은 “이 시장이 지난 6일 낮 광명2동과 철산2동 여성 통장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한 음식점에서 열린 주민들과의 동 순시오찬에서 ‘가정이 화목해야 밖에서도 일이 잘 된다’며 “활발한 성생활을 위하여”라고 건배 제의를 해 참석자들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그는 “곁에 있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였는데 여성 참석자가 70% 이상 된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느끼는 수치심은 더 컸을 것”이라며 “잇단 말 실수 등에 대해 이 시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문은 확산되고 있지만, 이 시장은 지난달 30일 해명자료를 내어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언론보도로 사태가 와전됐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호남비하 발언 주장에 대해 오해가 있다”며 “특히 호남지역을 거론한 것은 사실이나 본래 의도한 것과 달리 특정지역 사람들을 욕하고 비하했다고 와전돼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호남비하 발언과 관련해 “시의원이 무식해서 되겠느냐 공부 좀 하시라고 얘기했다”며 “그러나 김 의원의 항의를 받고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 이 시장 “언론 보도로 사태가 와전됐다”

이 시장은 또 “10여분 뒤 김 의원이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일어섰고 대화를 이어가다 한 단체장에게 ‘김 의원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봤고 ‘김제'라고 해 ‘전라도 사람들은 백재현 전 광명시장부터 문제가 있다며 인사문제를 거론하며 이해가 안간다고 말한 뒤 ‘전라도 사람들은 그래서 욕을 먹는다. 안타깝다’고 말했을 뿐 호남비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영암군과의 자매결연 파기와 관련해서는 “한 자치단체에서 한 지역만 자매결연이 가능한 줄 알고 20일 영암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활발한 교류를 위해 김제로 자매결연지를 바꾸려고 하는데 군수님 의견은 어떠십니까'라고 물어보니 영암군수도 ‘편한 대로 하라'고 하시면서 동의했다며 이런 상황은 제가 자매결연 관련 행정절차를 잘 몰라 벌어졌던 일이며 결코 호남을 배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성적 수치심 자극 발언에 대해서는 경기지역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백주대낮에 다른 의미가 있어 그런 건배제의를 하겠느냐”며 “독일에서는 ‘부부관계가 원만해야 가정에 행복이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시킨 후 건배를 제의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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