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을 맞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오후 광주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호남을 경제개발 과정에서 소외하고 인재등용에 호남인을 차별해 온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강재섭 대표 취임 1개월 간담회서 머리숙여
한나라 서진정책 신호탄…“진정성 부족” 비판도
한나라 서진정책 신호탄…“진정성 부족” 비판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호남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강 대표는 이날 광주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연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전신 정당 시절부터 최근 광명시장의 호남 비하발언에 이르기까지 호남 분들을 섭섭하게 해 드렸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조국 근대화 과정에서 동서 균형발전에 미약했던 부분이 있었고, 여당 시절 인재발굴에서 (호남에) 차별적인 부분은 없었는지 가슴 아픈 게 많다”며 “또 최근 역사에서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아픈 기억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정당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호남에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대표는 “이런 문제는 누군가는 한번 화통하게 털고가야 한다”며 “민정당 출신인 제가 당 대표가 됐으니 결자해지의 입장에서도 제가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호남의 품에 안겨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싶고, 저희들의 뛰는 맥박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열심히 할테니 다른 정당 못지 않게 우리도 사랑해달라”고 호소했다.
호남 출신인 이정현 부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피해에 대해 개인적으로 사과한 적은 있으나 호남 지역을 대상으로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강 대표의 ‘대호남 사과’는 지난 2004년 박근혜 전 대표 시절부터 계속돼 온 ‘호남 다가서기’ 노력에 진정성을 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내년 대선을 앞둔 본격적인 ‘서진정책’의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다.
강 대표는 “호남의 지인들이 모두 ‘한나라당이 과거에 대해 깨끗이 사과하지 않고는 다 소용 없다’고 말하더라”며 “그동안 용기가 없어서 (사과를) 못했던 것이지, 통큰 정치를 하자는 것에 반대할 의원이나 화를 낼 원로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총선에서 비례대표의 30%는 호남출신을 기용하고, 당 예결위와 정책위 차원에서 호남지역과 지속적으로 정책간담회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사과 발표 현장의 분위기는 강 대표의 ‘뜨거운 언어’에 비해 다소 차가웠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 지역의 한 언론인은 “당 차원의 첫 사과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환영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5·18 등 호남인이 겪은 역사적 아픔에 대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룬 느낌”이라며 “오늘 사과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있는 것인지는 더 지켜볼 일”이라고 평가했다. 광주/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강 대표는 “호남의 지인들이 모두 ‘한나라당이 과거에 대해 깨끗이 사과하지 않고는 다 소용 없다’고 말하더라”며 “그동안 용기가 없어서 (사과를) 못했던 것이지, 통큰 정치를 하자는 것에 반대할 의원이나 화를 낼 원로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총선에서 비례대표의 30%는 호남출신을 기용하고, 당 예결위와 정책위 차원에서 호남지역과 지속적으로 정책간담회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사과 발표 현장의 분위기는 강 대표의 ‘뜨거운 언어’에 비해 다소 차가웠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 지역의 한 언론인은 “당 차원의 첫 사과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환영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5·18 등 호남인이 겪은 역사적 아픔에 대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룬 느낌”이라며 “오늘 사과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있는 것인지는 더 지켜볼 일”이라고 평가했다. 광주/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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