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지난 4월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특판가구 입찰담합’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비위 의혹을 받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검사에 대해 검찰이 20일 압수수색에 착수한 가운데 사건 제보자가 유튜브방송에 직접 나와 남편 마약 사건을 이 차장검사가 무마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차장검사 사건 제보자이자 처남댁인 강미정씨는 21일 유튜브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남편 ㄱ씨 마약 사건이 불송치로 마무리되는 과정에 이 차장검사 영향력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됐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 차장검사의 처남이다.
방송에서 강씨는 지난 2월 남편 마약 범죄 관련 신고를 했으나 출동한 경찰이 누군가와 전화한 뒤 별다른 조처 없이 간 것부터 이례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간 뒤 집에) 이 검사 아내가 왔다. 고모부(이 차장검사)의 개입이구나 큰일났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집안 관련) 여러 크고 작은 민원들을 이 검사가 해결해준 걸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차장검사 개입을) 확인할 수는 없는데”라는 김어준씨 질문에 강씨는 “없다. 정황만 있다”고 말했다.
이 차장검사의 처남 마약 수사 무마 의혹은 앞서도 제기됐다. 지난달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는 강씨가 남편 ㄱ씨의 가정폭력 및 대마 흡입 112신고를 했던 것은 2월6일이었고 하루 뒤 서울 수서경찰서에, 같은달 28일에는 서울경찰청에 정식으로 고발까지 했지만 시료 채취는 5월말에 이뤄졌고 6월에 불송치 결정이 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차장검사는 뉴스버스에 “(처남이) 당시 나한테 전화를 한 일이 없다”면서 “나중에 듣긴 했지만, 처남이 가정에 제대로 못 하는 것을 보고, 처남을 보고 싶지 않아서 일체 관여도 않고, 관여할 일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서울경찰청은 뒤늦은 시료 채취에 대해 한겨레에 “내부 인사철 및 강남 납치살인 사건 등이 겹치면서 수사가 지연됐다. 신고자의 진술 외에는 다른 물적 증거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압수수색 영장을 받기 어려웠던 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차장검사 수사와 관련해 검사 범죄 수사를 관할하는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검찰에서 강제수사에 착수했으니 공수처로서는 지켜보는 것이 맞지 않나”고 답했다. 이어 “그렇지 않겠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면 적극적으로 (이첩 요청 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공수처법을 보면,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 수사가 공수처 수사 내용과 겹칠 경우, 공수처장이 해당 사건을 넘겨달라고 요청하면 다른 수사기관이 응해야 한다. 또한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해당 수사기관의 장은 그 사실을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도 규정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이 차장검사를 공수처 수사 범위에 속하는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했다. 전날 검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처가 골프장 등 압수수색에 들어갔고, 이 전 차장을 업무에서 배제한 뒤 대전고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했다. 민주당이 공수처에 따로 고발한 이 차장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사건은 공수처 특별수사본부(부장 이대환)에 배당된 상태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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