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대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검찰이 고교 동창 스폰서에게서 금품·향응 등을 받은 대가로 수사편의를 봐준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과 관련한 감찰 결과를 1년 반이 넘도록 내놓지 않으면서, 의도적으로 감찰을 뭉개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 감찰부는 지난해 1월 이 사건 ‘스폰서’였던 김아무개(51)씨의 감찰 요청을 접수하고도 1년7개월째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 건은 대검 감찰3과에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3과는 ‘검찰청 소속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 및 고검검사급 검사의 비위에 관한 조사’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김씨는 지난해 1월, 2016년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를 비롯한 검사 11명의 직무유기 등을 감찰해 달라고 대검에 요청했다. 2016년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인 김씨에게 뇌물과 향응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이 관련 수사에 착수한 때다. 김 전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뇌물 등을 받은 대가로 수사편의를 봐준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대검에 제출한 감찰 요청서를 통해 검찰이 김 전 부장검사의 범죄사실을 인지했으나, 감찰 및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6년 9월, <한겨레> 보도로 김 전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의혹이 알려지기 전까지 검찰이 5개월 동안 김 전 부장검사의 범죄를 알고도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뭉겠다’라는 것이다. 그해 4월 김씨 회사 관계자가 김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횡령금이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지급됐다는 내용이 적시돼, 검찰이 김 전 부장검사의 범죄를 인지했는데도 수사나 감찰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게 김씨 쪽 주장이다.
감찰 요청서에는 검찰이 김 전 부장검사를 기소하면서 뇌물 및 향응 내용을 일부 누락했다는 의혹도 담겼다. 김씨가 2016년 9월 체포된 뒤, 대검 특별감찰팀 조사에서 김 전 부장검사가 받은 성접대나, 다닌 룸살롱 등 자신이 제공한 뇌물과 향응 내역을 상세하게 진술했지만, 검찰이 해당 내용 중 일부를 빼고 김 전 부장검사를 기소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전·현직 간부가 포함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의도적으로 감찰을 지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감찰을 1년 6개월씩 하는 것은 드물다”며 “전직 검찰총장이 포함된 전·현직 검사들에 대한 감찰 요청인데다가 본격 감찰에 착수해도 증거를 찾기도 어렵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담보할 수 없으니, 검찰이 세간의 관심이 떨어질 때까지 묵혀놓은 뒤 결과를 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감찰이 늦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라며 “사안이 지나치게 방대하거나 대검 지휘부와 감찰 실무진의 의견이 다른 경우인데, 이 경우는 지휘부와 실무진의 의견이 다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아직 감찰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최근 진행됐던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등 감찰 쪽 업무가 가중돼 업무 처리 속도가 늦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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