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수요시위인 제 1576차 수요시위가 열린 28일 낮 일본대사관 터 인근에서 참가자들이 지난 26일과 5월 2일 별세한 이옥선 할머니와 김양주 할머니(오른쪽 영정사진부터) 등 2022년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들의 영정에 헌화와 묵념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2015년 한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합의(한일합의)를 맺은 지 7년이 된 28일 올해 마지막 수요시위가 열렸다.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인근 평화로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추모제 및 2015 한일합의 규탄 1576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체감온도 영하 5도를 기록한 추위에도 시민 100여명은 두꺼운 외투와 모자를 착용하고, 담요를 두르며 올해 마지막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시민들은 묵념과 헌화로 지난 5월 경남 창원에서 별세한 고 김양주씨와 지난 26일 별세한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세상을 떠난 이옥선씨 등 올해 별세한 3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만나 뵌 할머니보다 만나 뵙지 못한 할머니들이 더욱 많은 활동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새싹(활동명) 정의연 활동가는 “할머니들의 평범하지 않은 고통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동시에 평범한 할머니의 평범하고 고단한 일생을 간과하지 않기 위해서 할머니들의 삶을 우리의 일상과 다를 바 없는 위치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인근 평화로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추모제 및 2015 한일합의 규탄 1576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박지영 기자
정의연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난 26일 고인이 되신 고 이옥선 할머니를 비롯해 2022년 세 분의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가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이제 생존해 계신 피해자는 10명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의연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섰던 피해자들의 삶과 용기를 기억하며, 수요시위를 지키고 운동을 계승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1세대 여성인권운동가들도 올해 마지막 수요시위를 찾았다. 정의연 전신인 ‘정신대대책협의회’의 설립자 가운데 한 명인 김혜원(87)씨는 “우리 젊은이들이 추운 날 이 자리를 지키는 걸 격려하고 싶고, ‘내년에도 힘을 합하자’ 나 자신의 결의 또한 다지기 위해 나왔다. 지금 어둡고 암울한 시기지만, 무기력하게 있을 순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서 정의연은 “한일관계 개선 명분으로 강제동원·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졸속으로 해결하려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무대에 오른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2015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 준수’가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되었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는 가해자 일본기업이 아니라 한국기업의 돈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돈 몇 푼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착각하는 자들, 이들과 야합한 자들의 굴욕적 작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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