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유족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선고 기일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법원의 1심 각하 취소 판결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9일 최종 확정됐다. 일본 정부가 판결을 무시한다는 뜻을 분명하기 하기 위해 상고하지 않으면서다. 다만, 피해자들이 실제 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외교부는 “11월23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의 ‘위안부 관련 일본국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이 피고쪽인 일본 정부의 상고가 없어 확정됐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달 23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이용수 할머니 등은 2016년 12월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1심은 주권 국가인 일본에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을 ‘각하’ 처리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국제관습법상 일본 정부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일본이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판결을 지난달 25일 ‘공시송달’했고, 상고 기한인 2주 안에 일본이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공시송달이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재판과 관련한 우편물을 보낼(송달) 수 없을 때, 법원 직원이 송달 서류를 보관해 두고 이를 받을 사람이 나타나면 교부하는 형태로 법원 게시판, 관보 또는 신문에 공개적으로 게시하면 송달이 이뤄졌다고 간주하는 제도다. 외국에 송달이나 촉탁을 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앞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법원의 판단에 상고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판결이 확정됐지만 ‘위안부’ 피해자 등이 일본 정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피해자 쪽이 압류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재산을 찾아내 법원에 강제 처분을 신청해야 한다. 앞서 1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나눔의집)도 2021년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취지로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이 났지만, 피해자들은 3년이 다 돼 가도록 실질적인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 나가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가운데,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협력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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