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새 학기를 맞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선생님에게 제대로 인사를 못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걱정스럽다. 옆으로만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선생님이 아이를 버릇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새로운 사람과 친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 이를 소심하다고 생각한다. 또 소심한 기질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은 자신만의 리듬과 호흡이 있다. 익숙해지는 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아이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 아이들이 부모의 걱정처럼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사실 소심한 아이들이 가진 기질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위험에 대한 회피가 강하다. 모험을 선호하지 않고 조심스럽다. 반면 결정을 내릴 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모저모를 살피는 장점이 있다. 모험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창의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비록 사교적이지는 않지만 한번 사귄 사람과는 더 깊은 수준의 관계를 가져가는 어른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매사에 신중하며 사려 깊은 태도를 가진다. 조심스러운 기질을 가진 아이가 긍정적인 성격으로 발전할지 아니면 두려움이 많은 부정적 성격으로 발전할지는 양육 환경에 달려 있다.
이 아이들이 가진 기질은 두려움이 많은 성격으로 변화하기 쉽다. 역설적이게도 부모가 아이의 소심함을 싫어해서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 그 원인이다. 아이들은 세상과 부딪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 그러한 자신의 옆에 든든한 부모가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의 겁먹은 듯한 반응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일방적인 방향을 강요한다.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의견을 따르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정말로 소심한 아이가 되어 버린다.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아이가 능동적으로 행동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소심해 보이는 아이라면 그 아이가 스스로 소심함을 이겨낼 수 있도록 아이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 역시 때로는 겁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그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말해 주며 스스로 극복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너는 왜 그러니” 하는 시각은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두려움을 이겨낸 경험들을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말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에 소리 지르기, 심호흡, 노래 부르기, 맘껏 웃기와 같은, 자신을 이완하고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놀이를 아이와 자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두려움을 느낄 때 이 순간을 기억하면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 조금은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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