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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좋은 선생님의 첫째 조건 ‘책임감’

등록 2008-03-03 18:26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새 학기를 맞는 부모에게 아이의 선생님이 어떤 분이 될지는 큰 관심거리다. 어떤 선생님이건 아이들은 그 선생님에게서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흡수한다. 건강한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는 힘이 크기에 교사에게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어려움이 크지 않다.

반면 아이의 발달이 뒤처지거나,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 교사의 영향은 결정적이다. 실제로 상담실에서 만나는 많은 아이들은 어떤 담임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한 해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다행인 점은 부모님들의 걱정과는 달리 공교육의 교사 수준은 높은 편이다. 어떤 교사를 만날지 염려하는 부모님들 중 열이면 여덟 정도는 특별한 불만을 갖지 않는다. 미리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려면 매우 어려운 경쟁을 통과해야 하기에 교사들이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책임지는 자세의 부족이다. 부모가 자녀를 돌볼 수 있는 힘은 아이들을 책임지겠다는 부모의 마음에서 나온다. 좋은 의사 역시 환자를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갖는 의사다.

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상대방이 자신을 깊게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깊은 믿음을 만들려면 ‘너의 어려움을 돌봐 주고, 너를 도와서 반드시 발전할 수 있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먼저 책임을 지려고 할 때 아이들은 믿음으로 화답한다. 그러한 믿음을 기반으로 교사는 아이가 자신의 과거를 넘어서서 새로운 변화를 이루도록 유도할 수 있다. 책임지는 교사는 아이를 깊게 이해하려 하며 포기하지 않고 여러 시도를 한다. 성격이야 무서울 수도, 부드러울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이런 선생님을 만난다면 참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사회 문화의 변화에다 제도적인 어려움까지 더해 요즘의 교사들은 깊은 책임감을 갖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그 결과로 부모들은 사교육에 의존하고, 아이들은 학원 선생님을 더 존경한다.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잘 치료하려면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부모들은 아이가 병이 있다는 것을 교사에게 숨긴다. 이야기해봐야 도움을 받기보다는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염려한다. 어떤 좋은 정책도 불신의 바탕 위에서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책임지는 자세를 만들 것인가? 교사들이 아이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음을 느끼고, 아이들에게 더 헌신할 수 있는 조건은 어떤 것일까? 복잡한 교육정책보다 우리의 선생님들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먼저 고민할 내용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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