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아동학대는 우리 사회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실제 일어난 일 중 극히 일부분만 신고가 이루어짐에도 2006년 신고 건수는 8천 건을 넘어섰다.
아동학대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격한’ 훈육과 아동학대 사이의 경계선이 모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들 대부분은 특별한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 아이에 대한 애정도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서양 격언 중에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 옛말에도 미운 자식 떡 하나 주고, 예쁜 자식 매 한번 더 치라는 말이 있다. ‘사랑의 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긴 역사동안 폭력을 훈육의 한 방법으로 사용해 왔으며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그러기에 아이를 돌보는 어른이라면 자신이 하고 있는 훈육이 혹시 아이에 대한 학대가 아닌지 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란 그렇게 아름답기만한 존재가 아니다. 잠시 방심하면 쉽게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이상 작고 약한 아이들 역시 동일한 인격을 가진 한 사람이란 사실을 잊게 된다.
학대가 아닌 훈육이 되려면 최소한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이해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아이를 변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엄한 표정과 단호한 태도로 무장하고 훈육이라 이름 붙였지만 알고 보면 내 뜻대로 안 따라준다고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는 아이가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이해하려 해야 한다. 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반응할지를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부모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순간적으로 흥분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는 부모라면 아이를 가르치기 전에 자기의 마음을 먼저 다스리는 편이 현명하다.
만약 아이에게 어떤 문제로 반복적으로 매를 대게 되었다면 즉각 멈추어야 한다. 반복적인 매가 불가피한 경우라면 매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아이를 지도하는 데 좀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도입해야 할 때이며 아이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만약 효과적인 방법이 떠오르지 않거나,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 힘들다면 주저 말고 전문가를 찾아보자. 아이와 자신에게 영원한 상처를 남기기 전에 미리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편이 낫다. 이를 위해서 국가와 지자체는 고민하는 부모들이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 방법만이 언제든 아동학대로 발전할 수 있는, 흔들리는 부모들을 잡아 주고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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