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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초등 입학, 아이발달에 맞추라

등록 2008-01-28 18:14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어느새 초등학생이라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드는 생각일 것이다. 조금은 뿌듯하지만, 많이 불안하고,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혼란스럽다.

가장 궁금하고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아이가 과연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서울시 교육청의 통계를 보면, 만 6살 아동 중 취학을 유예한 아동이 15%이다. 대부분이 1, 2월생 아이들인데 나이가 한 살 어리다고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주된 이유이다. 물론 이 무렵 아이들에게 몇 개월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나이보다 웃자란 아이들이 아니라면 분명 같은 신입생들보다 왜소하고 뒤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학년을 올라가면서 줄어들고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는 차이를 알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요즘의 교육환경이다. 아이들은 저학년부터 많은 과제를 부여받고 끊임없이 비교를 당한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비교하고 서열을 나누며 편을 가른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을지 결정하려면 다음과 같은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첫째, 기본적인 자기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에 조금 도와주면 길을 잃지 않고 등하교를 혼자서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소지품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화장실을 찾아서 용변을 스스로 볼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둘째,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소수의 아이들하고만 어울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대일의 관계를 만들어 같이 놀이를 하며 상대를 돕고 자기의 주장을 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넷째, 초등학교 수업시간인 40분 동안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참고 교사의 수업 진행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이 유치원과 가장 크게 차이가 난다.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영역에서 문제가 있다면 초등학교 적응에 분명 어려움이 생긴다. 이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를 학교에 보낼지, 유예할지를 결정하고, 유예를 결정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적응과정을 도울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적절한 취학 유예는 꼭 필요한데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이를 방해하고 있다. 학교만 1년 늦게 갔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아이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제 나이에 학교를 가서 여러 정신적 문제에 시달리기도 한다. 모든 아이가 나이만큼 자라지는 않는다. 어떤 아이는 빠르게, 또 어떤 아이는 느리게 자란다. 이러한 속도가 최종적인 결과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의 발달에 맞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은 제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차이를 긍정하고 존중해줄 때 그런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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